한국무대 3년차를 맞은 프로야구 첫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58)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가장 무서워하는 팀은 어디일까. 정답은 최하위인 넥센 히어로즈이다. 선두 SK와 2위 두산 등을 강적으로 평가하는 로이스터 감독이지만 의외로 무서워하는 팀은 넥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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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목동구장 넥센 히어로즈전에 앞서 로이스터 감독은 김시진 넥센 감독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지난 해부터 김시진 감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된 로이스터 감독은 김 감독을 만나자 고개를 흔들며 “넥센이 가장 무섭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에 김시진 감독이 ‘우리가 최하위인데 뭐가 무섭냐’고 묻자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이 포기를 모르는 것 같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섭다”고 짐짓 심각하게 답했다.
물론 이날 경기전까지 4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로이스터 감독의 다소 엄살이 섞인 이야기이거나 미국인들 특유의 립서비스(덕담)일지도 모른다. 롯데는 이날 경기전까지 넥센전서 5승 3패로 우세했다.
하지만 최하위에 최약체로 꼽히는 넥센을 가장 경계할 팀으로 꼽는 말에 김시진 감독도 빙그레 웃었다. 김 감독은 “지난 겨울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서 로이스터 감독을 만났는데 나를 위로하더라. 김 감독 머리가 아프겠다며 힘내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넥센은 팀의 주축 선수들(장원삼, 이현승, 이택근)을 타팀에 현금으로 판 후로 팀의 전력이 약화된 때였다.
‘넥센은 끈질긴 팀’이라는 로이스터 감독의 말이 씨가 됐을까. 이날 양팀은 연장 12회까지 가는 혈전을 벌인 끝에 2-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2-1로 앞서다가 7회말 동점을 허용한 롯데로서는 올 시즌 첫 무승부였다. 비록 다음 두 경기를 잡고 내친김에 8연승까지 달렸던 로이스터 감독이지만 자신의 평가처럼 넥센의 매운 맛을 톡톡히 본 경기였다.
팀의 대들보였던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신예들을 키우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사령탑인 로이스터 감독이 인정할만큼 무서운 팀으로 올 시즌 선전하며 프로야구 흥행에 일조하고 있다.
넥센은 지난 주말 대구 원정에서 3위 삼성에 2승 1패를 거두는 등 상위권 팀들에게 ‘경계의 대상’이다. 현재 25승 1무 37패로 최하위이나 공동 3위 삼성과 KIA에 6.5게임차에 불과해 상위권팀들의 간담을 서늘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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