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후 꼭 1주일. 홈 팬들앞에 정식으로 첫 선을 보이는 자리가 공교롭게도 친정팀과의 맞대결 경기다. '스나이퍼' 장성호(33. 한화 이글스)가 친정팀 KIA 타이거즈와의 안방 대전 3연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왼 손바닥 수술을 받고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 후 외면당한 뒤 본의 아니게 기나긴 방황기를 거쳤던 장성호는 지난 8일 오전 우완 이동현, 외야수 김경언과 함께 한화로 새 둥지를 틀었다. 믿음직한 베테랑이 팀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신-구의 조화를 통한 리빌딩을 원했던 한대화 감독의 러브콜이 결실을 이룬 순간이다.
오렌지색 새 유니폼을 입고 장성호가 거둔 성적은 6경기 15타수 1안타.(6푼7리, 14일 현재) 통산 타율 3할5리의 정확성을 자랑하며 해태-KIA 타선의 중심으로 활약했던 그였음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1주일 간의 성적표다. 야간경기를 뛴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경기감각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희망요소도 분명히 남아있다. 특히 장성호가 대전구장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은 한화가 기대를 걸 수 있다. 지난 3년간 장성호는 대전구장에서 19경기 3할5푼6리(59타수 21안타) 4홈런 12타점에 장타율 5할7푼6리 출루율 4할3푼5리로 OPS 1.011을 기록 중이다. 대전에서만큼은 파괴력과 생산력을 두루 겸비한 타자가 바로 장성호.
다만 3연전서 맞붙는 상대 선발 카드가 만만치 않다. 15일 상대하는 좌완 양현종은 볼 끝의 묵직함과 경기 경험이 조화되어 엄청난 위력을 발휘 중. 9승으로 다승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무서운 투수가 되었다.
이튿날(16일) 선발로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로만 콜론은 2년 전 메이저리그서 계투로 직구 평균 94.4마일(약 151km)의 위력을 자랑하던 투수. 지금은 선발로 나서고 있으나 148km 이상의 직구를 꾸준히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 선발이다.
그동안 2군에서 뛰느라 야간경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장성호임을 감안할 때 빠른 공이 돋보이는 선발투수와의 대결은 분명 힘겨워보인다. 6개월 가량 야간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장성호가 프로 15시즌의 경력을 바탕으로 하루 빨리 감각을 찾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FA 시장에서 외면당한 장성호의 트레이드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던 시기이던 지난 1월. 한 감독은 장성호의 영입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서 활약해 줄 베테랑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은근하게 장성호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과거 잘 뛰고 잘 치던 이영우의 기량이 예전같지 않고 이도형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어렵게 데려온 장성호. 새 안방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보여줄 활약이 더욱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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