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괴된 사나이'(우민호 감독, 7월 초 개봉)가 유괴를 소재로 한 영화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14일 언론시사회를 갖고 베일을 벗은 '파괴된 사나이'는 유괴 후 아이를 찾기 위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기존의 유괴물과는 달리, 유괴됐던 딸이 8년 후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극의 전개가 시작, 강렬한 긴장감을 제시하는 영화다.
딸을 잃고, 신을 잃고, 결국에는 자신을 잃게 된 아버지의 숨 막히도록 처절한 사투인 부성애 코드가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신실한 목사에서 타락한 사업가로, 그러다가 딸이 살아있음을 알고 다시금 '희망'과 '믿음'을 되찾는 주인공. 쫓고 쫓기는 드라마의 호흡이 '부성애 코드'와 만나 강렬한 시너지 효과를 보인다.


폭발력을 뽐내는 주연을 맡은 '연기본좌' 김명민과 스크린에 데뷔한 엄기준의 소름끼치는 변신 외에도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의 가능성이 눈에 띈다.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류승완 감독은 모두 첫 영화이지만 뛰어난 연출력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감독들. 우민호 감독 역시 이 계보에 합류할 조짐이다.
'파괴된 사나이'로 첫 장편영화 데뷔전을 치른 우민호 감독은 2003년 영화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를 통해 제 1회 서울기독교영화제 단편경쟁부문 갓피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신예.
우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추격극 스릴러에 대한 재능을 보여준다. 그가 영화에서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은 비주얼이다. 모든 상황이 바로 앞에서 일어나는 듯한 사실감을 주기 위해 최대한 차갑고 리얼한 비주얼 톤을 선택, 주인공 주영수(김명민)의 비장한 심정과 차가운 얼굴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내고자 했다. 또 관객들로 하여금 서스펜스를 만끽하도록 여러 장르적 장치를 효과적으로 차용했다.
김명민은 '파괴된 사나이'에 대해 "유괴 영화는 부모님들이 쉽게 발걸음을 하지 못한다. 자식을 둔 부모로서 차마 보지 못하는데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라서 자식을 둔 부모가 봐도 좋을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추격극의 하부 장르인 유괴 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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