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WC 돋보기]덴마크, 한국에 아르헨티나전 해법 제시했다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0.06.15 10: 46

[6월 14일 네덜란드-덴마크(E조), 요하네스버그]
한국으로서는 아르헨티나전에 앞서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경기가 치러진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덴마크는 한국에 아르헨티나를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협력 수비 전술을 제시했다.
덴마크 수비의 가장 큰 특징은 1선과 3선의 간격이 짧을 뿐만 아니라 좌우의 간격까지 짧아 마치 그물망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수비 시 선수 간의 간격이 짧다는 것은 협력 수비와 커버플레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덴마크는 네덜란드 선수가 볼을 잡았을 때 반드시 1~2명이 적극적으로 달라붙어 편하게 볼을 다루지 못하게 압박했다. 물론 무조건적인 압박이 효과적인 수비는 아니다. 압박을 하기 위해 이동하면 그 선수가 지켜야 할 공간이 비기 때문이다. 하지만 덴마크는 선수간의 간격을 10m 이내로 좁힘으로써 한 선수가 압박 수비를 위해 나갈 때 생긴 공간을 다른 선수가 커버하는 유기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아르헨티나는 메시만 막으면 이길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이과인과 테베스 뿐만 아니라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선수를 집중 마크하는 수비 방식보다는 덴마크와 같이 일정한 수비 진영을 유지하면서 적극적인 압박과 그를 커버해주는 유기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전술이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선수간의 간격을 줄인 이러한 수비 전술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우선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간격을 좁히기 위해 공격과 미드필더가 너무 수비에 치우치면 역습 시 공격 가담이 힘들어진다. 또한 좌우 간격을 너무 줄이면 상대의 측면을 활용한 크로스 공격에 빈틈을 보이기도 한다.
덴마크는 체력적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비 라인을 공격적으로 올렸다. 수비 라인 자체가 위쪽에 형성되면 미드필더나 공격진이 수비 가담을 위해 내려와야 하는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활동량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물론 덴마크가 오프사이드 트랩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수비 전술이었을 것이다.
이런 오밀조밀한 수비 방식은 롱패스를 이용한 빠른 좌우 전환을 하는 공격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공격이 위협적인 찬스로 이어졌을 때는 주로 측면을 활용한 장면이었다. 다행히 아르헨티나는 짧은 패스와 드리블 돌파를 즐겨 하는 팀이라 덴마크와 같은 수비 전술은 아르헨티나를 상대할 때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비록 덴마크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수비수의 실책으로 무너졌지만 전반전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벤트너는 부상 중임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줬다. 
전반전 덴마크가 9명의 선수를 수비적으로 운영하면서도 틈틈이 위협적인 공격 찬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벤트너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볼을 키핑하며 동료가 공격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벤트너는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볼터치를 보였고 수비수를 유인해 동료에게 빈 공간을 만들어주는 등 원톱으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는 박주영이 벤트너와 같은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다. 다행히 한국 선수들은 체력이 좋고 적극적인 압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술적인 이해도가 높아 덴마크와 같은 수비 전술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국 선수들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프로리그에서 공격 미드필드 수비 전 포지션에 걸쳐 활약하면서 다양한 전술적인 경험을 축적했다. 상대팀에 따라 맞춤식 전술이 가능하다는 것도 한국의 큰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덴마크는 비록 네덜란드에게 완패를 당했지만 한국에 아르헨티나의 공격진에 대항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비 방법을 시사했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사진> 아르헨티나의 나이지리아전 베스트 일레븐 /요하네스버그(남아공)=송석인 객원기자 song@osen.co.kr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