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제 2의 '추격자'가 탄생할까. 유괴 영화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할 스릴러 '파괴된 사나이'가 12일 첫 시사회 이후 올 여름 극장가 흥행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파괴된 사나이'는 여러 면에서 한국 극장가에 스릴러 붐을 일으킨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와 닮은 꼴이다. 탄탄한 시나리오가 일찍부터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것에서부터 신인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 데뷔를 했다는 사실도 똑같다.
여기에 하정우-김윤석의 연기파 명콤비를 부각시켰던 '추격자'와 마찬가지로 '파괴된 사나이' 역시 김명민-엄기준이라는 깜짝 카드를 내놓았다. 연기본좌로 불리는 김명민은 멜로 '내사랑 내곁에' 흥행에 이어 이번에는 복수심에 불타는 부성을 앞세워 스릴러에 도전한다.

또 밝고 명랑한 이미지의 엄기준은 '추격자' 속 사이코패스 하정우에 버금갈 정도로 야비하고 냉혹한 연쇄 살인마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특히 어린이들을 제물로 삼았다는 점에서 최근 사회 범죄와 맞물려 더 섬뜩한 공포감을 유발한다.
'파괴된 사나이'는 기존의 유괴영화와 달리 잃어버린 딸이 살아있음을 알게 된 목사 출신 아버지(김명민 분)가 신앙과 가정, 모든 것을 앗아간 그 놈(엄기준)과의 피 튀기는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간단 명료한 줄거리지만 스릴러 수작답게 기기묘묘한 반전과 악 소리나는 공포, 그리고 감동의 눈물까지 영화 한 편에 담아냈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은 이 영화로 '추격자' 나홍진 감독, '의형제' 장훈 감독을 잇는 충무로 뉴페이스 대열에 합류했다. '파괴된 사나이' 장편영화 데뷔전을 치를 우 감독은 2003년 영화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를 통해 제1회 서울기독교영화제 단편경쟁부문 갓피상을 수상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우 감독이 첫 장편에서 각별히 신경 쓴 부분은 바로 ‘비주얼’. 관객들로 하여금 모든 상황이 바로 앞에서 일어나는 듯한 사실감을 주기 위해 최대한 차갑고 리얼한 비주얼 톤을 선택, 이를 통해 주영수(김명민 분)의 비장한 심정과 차가운 얼굴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내고자 했다. "쫓고 쫓기는 드라마의 호흡을 단순하고 힘있게 이끌어 관객들로 하여금 서스펜스를 만끽하도록 장르적 장치를 효과적으로 차용했다"는 설명이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인 7월 1일 막을 올릴 '파괴된 사나이'가 제 2의 '추격자'로 한여름 극장가에 서늘한 공포감과 뜨거운 흥행 열기의 냉온탕을 오갈수 있을 지에 충무로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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