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것이 최선인 세상이다. 가족들이 먹는 음식에서조차도 인스턴트 식품은 우리의 것을 밀어내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들은 어느 사이에 햄버거와 소시지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몇 달 전 30대 초반의 부인이 5살짜리 딸을 데리고 내원했다. 그런데 아이의 코에서는 맑은 콧물이 연신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굴색은 창백했고 키는 크지만 말라 있었다.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와 햄버거, 콜라였다. 평소 식생활에 대해 질문을 했더니 “사탕도 끊었고 코코아도 끊었는데 아이스크림하고 콜라하고 피자는 못 끊겠다”고 어른처럼 대답해 주위 사람을 웃겼다. 대신 밥맛이 없어서 어머니나 할머니가 숟가락을 들고 따라 다닌다고 했다. 수영과 발레를 가르치는 아기스포츠단에 다녔는데 요즘 알레르기성 비염이 더욱 심해졌다. 알레르기 검사를 받았고 면역치료도 받았으나 변화는 없었다.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체질감별이 쉽지 않았다. 우선 몇일분의 약을 준 뒤 반응을 보기로 했다. 하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어서 아버지의 체질을 보기 위해 병원으로 나오게 했고, 체질에 맞는 약을 쓰면서 체질식이요법을 병행해서 지속적인 치료를 했다.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게 한 것은 물론이었다.

몇달 뒤 아이의 모습은 달라져 있었다. 콧물과 재채기는 거의 없어졌고 그보다도 밥맛이 나면서 살이 올랐고 감기가 사라졌다.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 알레르기성 질환은 훨씬 많이 발생한다. 심지어는 우유를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다는 보고도 있다. 아무리 외식이 비싸고 좋아도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된장찌개만 하겠는가. 휴일이 되면 밖으로만 나가지 말고 어머니의 정성을 먹게 했으면 좋겠다. /이브닝신문=김달래 교수(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