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양파축구', 브라질에도 통했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0.06.16 05: 25

[OSEN/머니투데이=요하네스버그(남아공), 우충원 기자] 비록 졌지만 북한식 수비 축구가 세계 최강 브라질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북한 대표팀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 파크에서 브라질과 가진 G조 1차전서 1-2로 졌다. 북한은 이날 전반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완벽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안정적인 경기를 펼쳐 세계축구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예상했던것 처럼 극단적인 수비 전형을 펼치며 경기에 임했다. 최전방 공격수 '인민루니' 정대세(가와사키)를 제외하고 사실상 8명의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하는 5-3-1 전술을 통해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냈다.

호비뉴, 루이스 파비아누 등 세계적인 공격수를 보유한 브라질은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사실상 북한 진영에서 볼을 돌리며 기회를 노렸지만 좀처럼 시원스런 슈팅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브라질이 자랑하는 측면 공격수들도 북한의 측면을 제대로 뚫지 못했다. 오른쪽 윙백인 마이콘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북한의 오른쪽 측면을 돌파했지만 문전으로 올린 크로스는 번번이 상대의 수비에 걸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날 브라질과 경기서 북한이 보여준 모습은 흡사 양파와 같은 모습. 수 없이 선수를 돌파하더라도 뒤에서 새로운 수비수가 나오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또 문전에서 볼을 잡으면 순식간에 3~4명의 선수들이 달려들어 볼을 가로채기 위해 노력했고 혹은 안전지역으로 온 몸을 날려 걷어내는 등 세계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브라질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물론 실수는 있었다. 완벽하게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던 북한은 후반 10분 브라질의 마이콘에서 실점을 하고 말았다. 상대 진영 오른쪽 엔드라인까지 돌파한 마이콘의 오른발 아웃사이드슛이 크로스를 올리는 줄 알았던 북한 골키퍼 리명국의 왼쪽을 뚫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실점을 허용했지만 북한 수비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골키퍼 리명국은 전반과 마찬가지로 브라질의 강력한 슈팅을 굳이 잡아내지 않고 펀칭하며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후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다 엘라누에 추가골을 내줬으나 이는 막판 지윤남의 만회골로 이어지는 성과도 있었다.
박지성은 북한에 대해 "북한이 아시아에서 보여준 모습들을 세계적인 팀과 경기에서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면서 "아시아 예선에서는 수비적으로 하면서 역습 위주의 플레이를 펼쳤다. 브라질과 경기 또한 마찬가지다"고 수비적인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보여준 것처럼 북한은 세계 무대서도 자신들의 수비축구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얻어야 할 것들을 모두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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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요하네스버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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