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머니투데이=요하네스버그(남아공), 우충원 기자] 세계 무대서 베일에 가려졌던 북한이 자신들이 완성한 수비 축구를 통해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며 세계 최강 브라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북한 대표팀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 파크에서 열린 브라질과 G조 1차전서 1-2로 졌다. 이날 북한은 세 계최강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수비력을 보이며 안정적인 경기를 펼쳐 세계 축구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북한은 브라질에 후반서 2골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량을 모두 선보였다. 후반서 체력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전반서 북한이 보여준 모습은 최강의 공격진을 보유한 아르헨티나와 대결을 앞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반서 체력적으로 브라질에 뒤지지 않았던 북한은 완벽하게 경기의 템포를 조절했다. 기본적인 5백을 비롯해 미드필드 진영에서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와 함께 최전방 공격수 정대세(가와사키)를 활용해 역습을 노리면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북한에 경기의 흐름을 뺐긴 브라질은 중거리 슈팅밖에 시도할 수 없었다. 상대 진영에서 코너킥을 얻었을 때도 4명의 수비는 중앙선 밑으로 내려와 있는 북한을 상대로 브라질의 공격은 좀처럼 먹히지 않았다.
북한은 측면을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정대세가 측면으로 이동했을 때만 볼이 연결됐을 뿐 그 외에는 계속 중앙에서 공격을 시도했고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에게 볼을 인터셉트 당하더라도 공격보다는 차근차근 수비진을 안정시킨 후 다음 플레이를 연결했다.
후반 10분 마이콘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은 북한은 27분 엘라누에게 추가 실점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호비뉴의 감각적인 패스가 연결되지 않았고 북한의 체력이 전반과 같았다면 분명 달라질 수 있었다.
북한이 조절한 템포는 이날 경기의 전반을 지배했다. 그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브라질. 북한이 꾸준히 축구하며 만들어낸 그들만의 축구는 세계무대서도 분명 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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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요하네스버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