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에이스 자리가 좌완 금민철(24)에서 우완 고원준(21)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넥센은 올 시즌 금민철을 시즌 개막전 1선발로 내세웠다. 이에 보답하듯 금민철은 승승장구, 시즌 초반 팀의 기둥 투수로 자리잡았다.

시즌 전 김영민이 십자인대파열 부상으로 탈락했고 김수경, 황두성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강윤구, 김상수, 김성현 등은 성장이 더뎠고 선발 자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타선의 침묵이 거듭되는 속에서도 꿋꿋하게 제 몫을 다해냈던 금민철이었다. 지난 4월 18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생애 첫 완봉승까지 따냈다.
지난해 두산과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 속에 이현승과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어느 새 넥센의 에이스로까지 자리 잡았다. 금민철 스스로도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면서 책임감을 가진 채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민철은 지난달 15일 목동 삼성전(3⅔이닝 5실점 4자책)부터 에이스로서 면모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4⅓이닝 6실점했고 지난 12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4⅓이닝 4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평균자책점도 2점대에서 4점대(4.06)까지 넘어섰고 5승 8패로 승수보다 패수가 더 많다. 그동안 수비진의 보이지 않는 실책과 타선의 침묵 속에 승수를 챙기지 못하던 금민철이 스스로 무너지는 형국이다. 금민철도 "어떻게든 내가 잘 던져야 한다"고 부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신 고원준이 에이스 자리를 메워가고 있다. 고원준은 공교롭게도 금민철이 좋지 않던 시기에 선발로 전환했다. 지난달 12일 광주 KIA전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로 나와 승리를 챙긴 고원준은 다음 경기였던 19일 문학 SK전에서는 8회 1사까지 안타없는 피칭으로 노히트노런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단 2번째 선발 등판이었고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던 SK를 상대로 펼친 호투였다는 점에서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상대 사령탑인 김성근 SK 감독으로부터는 "당분간 다른 팀들도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신인왕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고 칭찬을 들었다.
고원준은 공격적인 피칭과 함께 50km의 구속차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4일 목동 KIA전에서는 6이닝 4실점했다. 하지만 1회 4실점 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며 팀의 6-5 역전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5⅓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내 시즌 3승(2패)에 성공했다. 3승 모두 선발승이며 시즌 평균자책점은 2.89지만 선발로 등판한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2.33에 불과하다. 피안타율도 2할(.193)이 채 되지 않고 있다.
53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고원준은 아직 규정이닝(64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곧 이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각종 부문에 이름을 올려 대외적으로도 에이스 지표를 세울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넥센 관계자는 "금민철은 힘들었던 시즌 초반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최근 첫 풀시즌의 고비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빨리 시즌 초반의 모습으로 돌아와줬으면 좋겠다"면서 "그 자리를 고원준이 맡아주고 있어 다행이다. 어리지만 선발 투수로서 싸울 줄 안다. 고비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계속 던져서 진정한 에이스로 성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6일 목동에서 SK를 상대로 등판하는 고원준이 새로운 에이스로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넥센 입장에서는 두 명 모두 에이스급으로 성장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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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민철-고원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