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건 반드시 내 손안에!'
최근 드라마와 영화 속 여성 캐릭터를 보면, 자신의 미래와 꿈 앞에서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그것이 일이든 돈이든 남자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인 행동으로 추진력있게 나서는 인물들을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 속 캐릭터. 좀 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여성들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은 그렇기에 흥미롭다. 중요한 건 이들이 악역이 아닌, 보는 이의 감정이입을 담당하는 주인공이란 사실.

알짜배기 흥행을 이룬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의 여주인공 정유미는 취업만 된다면 막춤도, 변대 브로커도 두렵지 않다.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열혈 취업준비생인 세진은 고향에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일에 대한 자신의 욕심을 꺾지 않는다.
면접관의 황당한 '춤 한 번 춰봐'라는 다소 굴욕적인 제안에도 정성껏 댄스 실력을 발휘하고, '취업 시켜주겠다'는 변태 브로커의 원나잇 스캔드 제안 앞에서도 절대 기죽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위기의 순간에는 남자의 도움도 받는다. 취업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못할 게 없다는 각오의 강단 있는 그녀이기에 더욱 보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개봉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사수하고 있는 영화 '방자전'의 춘향이는 극중 조선시대 여성임에도 불구, 자신의 욕망에는 누구보다 충실하고 도발적이다,
극중 조여정이 분한 춘향은 절세의 아름다움이란 무기를 이용해 사랑과 신분 상승, 쉽게 병행할 수 없는 두 가지를 모두 이루려고 한다.
미래가 보장돼 있는 양반 몽룡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그의 마음을 빼앗고, 반면에 자신만을 바라보는 하인 방자와는 순수한 사랑에 빠진다. 결국 각기 다른 두 남자의 사랑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고 만다.
치밀한 계획 하에 덫을 놓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지능적인 모습의 춘향은 무서우리만큼 냉정하다. 하지만 언뜻 언뜻 비치는 방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이 그녀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브라운관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지능적으로 움직이는 여성이 있다. 사극 속 장희빈 같은 악역이 아니라 더욱 흥미롭다. SBS '나쁜 남자'에서 한가인이 분한 미술관 아트 컨설턴트 문재인은 재벌후계자와의 결혼을 위해 은밀하게 재벌남 홍태성에게 접근하는 대범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극히 현실적인 욕망을 품고 사는 재인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찌 보면 가장 평범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신분 상승의 욕망을 품고 사는 현대 여성들의 자화상을 천사같은 얼굴로 보여주는 한가인의 캐릭터는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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