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언론, "남아공 월드컵, 이래서 재미없다"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0.06.17 11: 23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전통 강호들의 부진, 골 가뭄, 부부젤라 논란 등으로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언론이 그 원인을 분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미러>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월드컵이 재미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 흥행 실패의 원인 중 하나는 경기당 평균 골 수가 매우 적다는 데 있다. 이날 새벽까지 치러진 17경기에서 나온 골은 28개. 한 경기당 1.65골이 나온 셈이다.

 
이는 가장 적은 골을 기록했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탈리아 월드컵서는 총 52경기에서 115골이 나와 경기당 평균 2.21골을 기록, 역대 가장 골 가뭄이 심했던 때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독일 월드컵에서는 총 64게임을 치르면서 147골로 경기당 2.3골이었다.
 
축구에서 골이 나오지 않으면 보는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는데 수비 위주의 전술이 많이 등장했다는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의 아르센 웽거 감독은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는 게 아니라 실점을 막는 데 급급하다. 그러다 보니 슈팅 찬스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고, 경기 스타일도 답답해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열린 북한-브라질전이 대표적인 ‘수비 축구’다. 북한은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맞아 수비에 집중하는 전술을 채택했다. 비록 1-2로 패했지만 수비 축구의 위력을 보여 준 사례가 됐다. 그렇지만 경기를 관람하는 입장에서 수비 축구는 지루하게 마련이다. 
 
남아공의 응원도구 부부젤라(vuvuzela) 역시 팬들을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부부젤라는 코끼리 울음소리를 내는 남아공 줄루족에서 유래됐다는 나팔 모양의 전통 악기로 아프리카 축구팬들이 응원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소음도가 127dB나 돼 문제가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는 나이지리아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귀머거리가 된 것처럼 들을 수 없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며 부부젤라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 역시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다. 많은 선수들이 부부젤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디다스가 개발한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 또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의 움직임 탓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블라니가 플레이를 전반적으로 어렵게 하고 축구의 매력을 반감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땅을 한 번 튕긴 롱패스가 선수들의 머리를 훌쩍 넘기기 일쑤고 공격수들이 빠른 크로스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잉글랜드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내가 지금까지 본 공 가운데 최악이고 필드 플레이어, 골키퍼 할 것 없이 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며 "궤도를 예측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긴 패스보다 짧은 패스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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