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부터 수비를 해주지 않았던 경기는 많이 안 좋았고, 반대로 그런 부분을 수행해줬을 때는 좋은 경기를 해왔기 때문에 공격수들도 수비수라고 생각하고 많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주영 인터뷰 중).
의욕이 너무 앞섰던 걸까. ‘남미 강호’ 아르헨티나를 맞아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섰던 박주영(AS 모나코)의 의도치 않은 자책골과 무(無)에 가까운 슈팅 기회 속에 고전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7일(이하 한국시간) 밤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10 남아공월드컵 2차전에서 4-1로 완패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선 수비 후 득점’ 전략으로 경기에 임했다. 탄탄한 방어망을 구축,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빠른 역습으로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조준했다.
그러나 전반 15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왔다. 수비를 돕기 위해 우리 측 골대 앞을 지키고 있던 박주영이 의도치 않은 자책골을 범하게 된 것이다.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의 프리킥이 박주영의 오른쪽 정강이를 스치면서 공의 방향이 전환됐고 이는 그대로 한국 골문을 갈랐다.
2008년 프랑스 리그1에 속한 AS 모나코에서 ‘10월의 최우수 선수’에 뽑혔을 만큼 박주영은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왔다.
그러나 월드컵에서는 운이 따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그리스와 첫 경기서 2~3차례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치더니 이날 불의의 자책골로 땅을 쳐야 했다.
박주영은 월드컵 데뷔전이던 2006년 독일 대회 조별리그 3차전 스위스전에서도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위험지역에서 세트피스를 허용하면 안되는 점을 간과하고 전반 23분 위험 지역에서 트란퀼로 바르네타에게 파울을 범했다. 스위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칸 야킨이 왼발로 날카로운 프리킥을 올렸고, 이를 190cm의 장신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가 헤딩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만들어낸 전례가 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역시 ‘월드컵 징크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주영은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리그에서 갑작스러운 허벅지 부상을 당해 한국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열린 한국-일본 전에서 깜짝 투입돼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고, 활발한 플레이로 기대를 모았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박주영은 그 어떤 선수보다 열심이었다. 슈팅 기회를 만들기 위해 끈질기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런 움직임은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이 만회골을 터뜨리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박주영이 헤딩으로 그라운드에 떨어뜨린 공을 상대 데미첼리스가 볼 컨트롤을 실수하는 틈을 타 가로챈이청용이 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물론 기회도 있었다. 전반 35분 박주영은 프리킥 기회를 얻어 힘찬 발놀림을 선보였다. 그러나 상대 수비벽에 막혀 아쉬움이 남았다. 후반 10분에는 상대 선수의 파울로 프리킥 찬스를 얻었지만 수비수의 몸에 맞고 공이 골대 왼편으로 떴다.
출중한 실력으로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얻었지만 계속되는 불운에 박주영은 아쉬운 눈물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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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요하네스버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