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깔끔한 정장을 입고 한국과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을 맡아 벤치에서 다시 만난 허정무(55) 감독과 디에고 마라도나(50)의 재대결에서 마라도나가 두 팔을 활짝 펼치며 4차례나 골 세리머니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7일(이하 한국시간) 밤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10 남아공월드컵 2차전에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했다.
허정무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은 지난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선수로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맞대결했다. 당시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이었던 마라도나 감독을 막던 허 감독의 거친 태클에 `태권 축구'라는 표현이 외신을 타고 나온 바 있다. 당시 대결에서도 1-3으로 한국이 패했다.

마라도나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잘 기억하고 있다. 1986년 한국 선수들은 우리를 상대로 축구라기보다 태권도를 했다"며 비꼬았다. 그러자 허 감독은 "아직도 어린 티를 못 벗은 것 같다. 엄연히 심판이 경기 운영을 하고 우리로선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며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허 감독은 지난 14일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 때 "마라도나는 선수로서는 나무랄 데 없는 세계 최고였다"면서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내가 평가할 만한 위치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그 역시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고, 그리스와 1차전 승리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경험한 감독이기 때문이다.
1986년 선수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마라도나 감독은 남아공 월드컵 남미 예선을 턱걸이로 통과하며 지도력에 대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테베스, 곤살로 이과인 등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사령탑으로서도 월드컵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이날 경기가 시작되자 양 감독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허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골을 넣을 때마다 한국 선수들을 격려하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애써 마라도나 감독을 의식했다. 하지만 한국이 1-4로 패하면서 결국 마라도나 감독의 완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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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요하네스버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