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선택은 골키퍼 교체였다.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미국에 동점골을 허용했던 잉글랜드 대표팀이 알제리전 골키퍼로 ‘백전노장’ 데이빗 제임스(40, 포츠머스)를 기용했다.
잉글랜드(FIFA 랭킹 8위)는 19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3시 30분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알제리(30위)와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C조 조별예선 2차전을 가졌다. 경기는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제임스는 ‘골키퍼에 의한 축구’를 선보였다. 위기순간마다 멋진 플레이를 보여줬다. 전반 11분 펀칭으로 골문을 지켰고, 전반 23분에는 위협적인 크로스를 선방으로 막아냈다. 후반 44분 양팀 선수들이 뒤엉킨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공을 처리해 호평 받았다.

물론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후반 18분 PA 지역으로 나와 있던 제임스는 달려오는 상대 공격수에 골을 허용할 뻔했다. 즉시 달려 나와 공을 처리하긴 했지만 팽팽하던 균형이 깨질 뻔 했던 장면이었다.
그가 잉글랜드의 골문을 지키게 된 데에는 잉글랜드 주전 골키퍼 로버트 그린(웨스트햄)의 실수가 영향을 줬다. 그린은 미국과의 조별예선 1차전에서 클린트 뎀프시(풀럼)의 평범한 슈팅을 막지 못하면서 국내외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재미있는 것은 제임스도 과거 월드컵에서 그린 골키퍼와 비슷한 실책을 범했던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제임스는 폴 로빈슨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2004년 잉글랜드는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렀다. 2-0으로 앞서가며 잉글랜드의 승리가 예상된 상황. 그러나 속칭 알까기 등 제임스의 실책성 플레이로 인해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린 골키퍼의 이번 실책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제임스는 그린 골키퍼에 비난 여론이 일자 "경기 중 실수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그린은 후반 여러 차례 선방하며 실수를 만회했다"며 그를 옹호해 눈길을 끌었다. 아픔을 알았기에 그는 알제리를 맞아 더욱 열심히 수문장 역할을 소화했다.
한편 이날 알제리 역시 주전 골키퍼 파우지 샤우시(ES 세티프)의 부상으로 라이스 음보리를 골키퍼 자리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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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데이빗 제임스=ESPN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