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많은 관중들의 응원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을 때, 극장가에서는 웃지도 못하고 울상을 짓고 있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1차전인 한국 대 그리스의 경기는 12일(토) 한국시간으로 저녁 8시 30분에 치러졌으며 2차전인 한국 대 아르헨티나 경기도 17일(목) 8시 30분에 치러졌다. 극장에서는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관객수가 반으로 뚝 떨어지고 있었다.
한국 대 아르헨티나 전이 열린 지난 17일 흥행 영화 1위는 '포화속으로'였다. 하지만 성적은 5만 3159명. 하루 전인 16일 '포화속으로'가 기록한 일일 관객수 13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절반 이상의 평일 관객이 모두 월드컵을 응원하기 위해 좌석을 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어떤 관객은 최근 가장 볼만한 한국 감동 전쟁 블록버스터물로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는 영화 ‘포화속으로’가 개봉했는지 여부도 모르고 있었다. 한 20대 여성 관객은 “볼만한 최신 영화를 거의 챙겨보는 편인데 ‘포화속으로’는 개봉한지 모르고 있었다. 월드컵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거기에 관한 기사는 거의 챙겨보고 중요한 경기는 놓치지 않고 있는데 영화는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기간에는 월드컵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고 밝혔다. 하나 마디로 월드컵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팀은 B조 예선 두 경기를 끝나고 조별 마지막 경기가 남아 있다. 한국 대 나이지리아전이 23일(수) 오전 3시 30분 더반 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날 역시 모든 시민들은 일찌감치 집으로 퇴근해 가족들과 함께 태극전사를 응원하기 위해 TV 앞으로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이날 역시 영화까지 챙겨볼 이들은 많지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지리아전이 열리기 전인, 이번 주말(19일, 20일)이 어찌 보면 월드컵 개막 이후 빠져나갔던 관객들을 다시 극장가로 불러 모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일 수 있다. 이에 극장가에서는 단 한편의 영화를 보러 주말 극장나들이를 한다면, 자신의 영화를 고르도록 하기 위해서 마케팅 총 공세를 펼치고 있다.
19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 예매율 실시간 집계 따르면, 영화 ‘포화속으로’가 40.72%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방자전’은 15.6%, ‘드래곤 길들이기’ 11.26%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후 'A-특공대’ ‘섹스앤더시티2’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등이 한자리수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어느 작품이 이번 주말 극장가의 승기를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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