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WC 돋보기]'자블라니' 활용법은 빠른 크로스와 중거리슛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0.06.19 10: 39

[6월 18일 독일-세르비아(D조), 포트 엘리자베스]
 
월드컵은 단순한 축구대회가 아니다. 평소에는 축구에 관심 없는 이들마저 조국의 승리를 위해 마음을 졸이며 텔레비전 앞에 모여 선수들을 응원한다. 축구선수 대부분의 목표는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것으로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다는 것은 한없이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클로제(11번)의 퇴장은 백번 비난받아도 부족한 잘못이다. 독일은 호주와 1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뒀기 때문에 이날 경기에서는 전혀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전반 중반까지 경기가 독일의 페이스로 진행됐던 것까지 감안하면 클로제가 위험성이 있는 파울을 할 이유가 전무했다.
결국 클로제의 백해무익한 퇴장으로 인해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고 독일은 패배했다. 호주를 상대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남은 상대가 가나임을 감안하면 유럽의 전통 강호 독일이 16강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클로제는 최근 소속팀에서 활약이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주전 스트라이커로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그는 감독의 믿음과 전 국민의 성원에 보답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채 퇴장을 당했다.
그는 이날 경기의 패인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16강 진출이 걸린 다음 가나와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다. 나이지리아의 사니 카이타도 같은 케이스다. 월드컵에서 퇴장을 당해 개인과 팀, 나아가 온 국민에 폐를 끼치는 잘못은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할 것이다.
독일과 세르비아는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의 축구를 하는 팀이다. 11명이 모두 차두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있는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힘있는 축구를 선호한다.
과거 독일은 롱패스에 이은 공격 일변도의 전술이 특징이었다. 그러더니 2000년대 중반을 넘어가며 조금씩 세련되어갔고 이번 월드컵에서는 수비진과 미드필더가 짧은 패스로 공격 템포를 조율하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독일의 분데스리가는 지난 시즌 자블라니를 공식구로 사용하며 공에 대한 적응도 마친 상태였고 비록 아르헨티나처럼 개인의 힘으로 상대 수비진을 허물 수 있는 스타는 없지만 팀의 밸런스는 상당히 좋아 이번 월드컵에서 충분히 괜찮은 성적을 기대할 만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로서는 클로제의 퇴장으로 인한 패배가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세르비아는 호주를 무난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독일은 가나를 이겨야만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데 가나는 세르비아 호주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쉽지 않은 팀이다. 팀의 정신적 지주인 클로제와 발락이 모두 빠져 독일이 가나와 경기에서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이다.
독일은 후반전 10명으로 맞섰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찬스를 몇 차례 만들었었다. PK를 포함해 포돌스키(10번)는 3차례의 완벽한 찬스를 놓쳤는데 그의 활동량과 개인 기량은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의 집중력 부족이 아쉬웠다.
독일과 세르비아는 모두 측면을 활용한 공격이 위협적이었다. 측면에서 중원으로 올려주는 크로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다.
세르비아의 크라시치(17번)는 측면에서 독일 수비진을 흔들었다. 득점을 이끌어낸 크로스도 그의 발에서 나왔는데 그가 보여준 빠른 돌파에 이은 크로스는 한국이 나이지리아 전에서 본받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크로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측면에서 빠른 돌파와 중앙에서 위치 선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스페인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보았듯 수비진이 진형을 갖춘 상황에서 크로스는 위협적이지 못하다.
측면에서 빠른 돌파가 이뤄지면 수비진의 밸런스는 깨질 수 밖에 없다. 수비수의 입장에서는 돌파를 한 선수와 자신이 맡아야 할 선수, 자신이 지켜야 할 공간과 공의 움직임을 동시에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공격진은 단순히 수비진의 빈 틈을 찾아 침투하면서 올라오는 크로스에 맞추기만 하면 돼 측면에서 빠른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올라오기만 한다면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나이지리아전 출전이 예상되는 이동국은 몸싸움이 좋고 어떠한 자세에서도 슈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공격은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이제 대회가 시작한 지 일주일을 넘어섰다. 이는 선수들이 자블라니에 익숙해질 수 있는 시점이다. 이날 경기에서 보았듯 자블라니는 익숙해지기만 하면 절대적으로 공격수에게 유리한 공이다.
공히 흔들리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크로스를 올리면 수비수가 쉽게 클리어링하기 어렵고공격수는 정확하게 슈팅까지만 연결한다면 골키퍼가 제대로 잡아낼 수가 없다. 그것은 골키퍼가 불안정한 자세에 처한 상황서 골문 앞으로 볼이 다시 흘러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가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보여줬듯 자블라니를 사용하는 이상 중거리 슈팅에 이은 리바운드를 잡아내기 위한 쇄도는 효과적인 공격 전술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다.
축구는 약속된 플레이로 골을 넣으나 우격다짐으로 골을 넣으나 많이 넣은 팀이 이기는 경기다. 한국 선수들의 중거리 슈팅 능력이 나쁘지 않은 만큼 자블라니를 십분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사진> 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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