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강호들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의외의 부진을 겪고 있다.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무승부면 다행인 상황이다.
혼전이 예상됐던 A조에서 프랑스(FIFA 랭킹 9위)는 현재 자력으로 16강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0-0을 기록한 프랑스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멕시코와 2차전서 고전 끝에 0-2로 완패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현재 우루과이, 멕시코에 이어 3위에 놓이게 됐다. 프랑스는 16강행에 가기 위해서는 개최국인 남아공을 무조건 이기고 우루과이와 멕시코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2006년 남아공월드컵 준우승팀인 프랑스로서는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초호화 멤버를 자랑하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8위)도 마찬가지. 1차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한 잉글랜드는 19일 알제리를 상대로 끊임없는 공격을 퍼부었지만 득점을 뽑아내지 못한 채 0-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던 잉글랜드는 현재 승점 2점을 기록하며 C조 3위에 머물고 있다. 1966년 이후 44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리며 이번 대회에 나섰지만, 현재는 16강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
프랑스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지난 대회 우승팀인 이탈리아(5위)를 비롯 스페인(2위) 포르투갈(3위)도 승리가 없다. 독일(6위)도 잘 나가는 듯하더니 주춤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인 이탈리아는 15일 중남미 다크호스 파라과이를 상대로 힘겨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2연속 우승을 노렸던 이탈리아로서는 첫 출발이 좋지 않은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최고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과 전술의 핵심인 안드레아 피를로 등이 부상으로 나머지 경기 출장이 불투명한 것도 이탈리아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우승 0순위로 꼽혔던 스페인은 17일 벌어진 H조 1차전 경기에서 스위스에게 0-1으로 패했다. 이날 경기에서 스페인은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지만 결정적인 골을 만들지 못했고 극강 수비를 펼쳤던 스위스는 한 번의 역습으로 1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거뒀다. 역대 전적 3무 15패로 스페인에 절대 열세였던 스위스의 승리는 현재까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이었다.
포르투갈은 ‘죽음의 조’라 불리는 G조 첫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를 중심으로 일방적인 우세가 예상됐던 경기였지만 포르투갈은 코트디부아르의 단단한 조직력에 밀려 오히려 실점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D조 1차전에서 호주에 4-0 대승을 이끈 ‘전차군단’ 독일(6위)은 18일 세르비아와 2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일방적인 우세가 예상했던 독일은 헤딩 머신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레드카드를 받으며 퇴장한 후 수적 열세로 인해 결국 패해 16강 진출을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아직 2라운드 절반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네덜란드 외에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보이고 있는 유럽의 강호들이 조별리그서 얼마나 살아남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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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프랑스대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