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머니투데이=러스텐버그(남아공), 우충원 기자] 허정무 감독이 '파부침주'를 선택한 까닭은?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오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3시30분 남아공 더반에서 나이지리아와 2010 남아공 월드컵B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허 감독은 '파부침주(破釜沈舟·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힌다)'의 심정으로 마지막 경기에 나서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퇴로가 없는, 사생결단의 싸움을 해보겠다는 뜻이다.

허정무 감독이 말한 파부침주와 비슷한 말은 배수의 진.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결사적인 각오로 임한다는 말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처럼 사생결단하는 정신 상태로 싸움에 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등 뒤에 강물이 흐르니 싸움에 져서 죽든지 강물에 빠져 죽든지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움에 임한 것이다.
파부침주나 배수진이나 큰 틀에서 보자면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이 파부침주를 말한 것은 마지막 상대가 나이지리아인것을 살펴보면 의미가 다를 수 있다.
파부침주는 항우의 군대가 막 장하를 건넜을 때였다. 항우는 갑자기 타고 왔던 배를 부수어 침몰시키라고 명령을 내리고, 뒤이어 싣고 온 솥마저도 깨뜨려 버리고 주위의 집들도 모두 불태워버리도록 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는 3일 분의 식량을 나누어 주도록 했다. 이제 돌아갈 배도 없고 밥을 지어 먹을 솥마저 없었으므로 병사들은 결사적으로 싸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과연 병사들은 출진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적진을 향해 돌진하며 승승장구 했다.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맹주로 불리운다.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한껏 능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나 대륙의 특성상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허정무 감독은 파부침주의 고사처럼 먼저 선제골을 터트리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분위기에 흔들리는 아프리카이기 때문에 선제골의 중요성은 어느때 보다 크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은 배수진 대신 파부침주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과연 항우의 장수들 처럼 태극전사들이 초반부터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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