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황재균, 교체로 위축시킬 수 없었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6.20 16: 35

"채찍을 들었다가도 제 허벅지를 때리는 느낌이다".
 
단순한 감정에 휩쓸려 교체 카드를 꺼낼 수 없었던 감독의 마음이다.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전날(19일) 다소 늦은 송구로 인해 내야안타를 내주며 패배 빌미를 제공했던 내야수 황재균(23)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20일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19일 1회 최준석에게 1타점 내야안타를 내주는 과정에서 송구가 늦었던 황재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시즌 2할8푼4리 18홈런 63타점 30도루의 성적을 올리며 히어로즈 예봉으로 위력을 떨쳤던 황재균은 올 시즌 손목 부상 등으로 인해 39경기 2할1푼8리 1홈런 18타점(19일 현재)에 그치고 있다.
 
"성적이 좋은 선수라면 질타나 교체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즌 전 부상도 있었던 데다 최근 성적도 좋지 않아 가뜩이나 움츠러 든 녀석을 중도에 뺄 수는 없었다. 그 당시 화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감정에 휘말려 (황)재균이를 뺐다면 더욱 위축되었을 것이다".
 
경기를 앞두고 가장 먼저 목동에 도착한 선수가 바로 황재균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이야기. 실수로 인해 황재균이 더욱 위축되지 않길 바라는 김 감독은 20일 선발 라인업에 황재균을 9번 타자 3루수로 놓았다.
 
"지도자가 기분대로 선수를 대하고 조기 교체한다면 선수 육성이 힘들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채찍을 들었다가도 내 허벅지를 때리는 모습이랄까. 자기도 실수를 하고 '멍 때리는 표정'을 짓고 있길래 안타까웠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를 바로 바꿀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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