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가 중원 싸움서 이겼.
파라과이(FIFA 랭킹 31위)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8시 30분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슬로바키아(34위)와 16강 티켓을 놓고 2010 남아공월드컵 F조 2차전을 가져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두 팀 모두에게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F조 1차전 2경기가 모두 1-1로 비긴 상황에서 16강행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2차전서 승점 3점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슬로바키아는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와 결전을 앞두고 있다.

탄탄한 미드필드 전력을 자랑하는 두 팀인 만큼 승패는 미드필드진에서 갈렸다. 파라과이의 엔리케 베라(우니베르시타리아 데 키토)와 슬로바키아를 이끄는 마렉 함식(SSC 나폴리)이 중원의 지휘관으로 선봉장에 나섰다.
중원 싸움의 승장은 베라였다. 그는 전반 27분 루카스 바리오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중앙에서 밀어준 볼을 이어 받아 오른발 슛,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골키퍼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감아 찬 슈팅이었다. 후반 27분에는 로케 산타크루스(맨체스터 시티)의 날카로운 패스를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왼쪽 골대를 살짝 스쳤다.
선제골 외에도 그는 미드필더로서 골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등 활약했다. 전반 23분에는 넬손 아이도 발데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효과적으로 패스해서 슈팅까지 연결시켰다. 공격수와 베라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플레이가 많았다. 후반 42분 에드가르 바레토(아탈란타 BC)와 교체될 때까지 훌륭한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이탈리아전에서도 베라는 오른쪽 측면을 맡아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넘치는 체력을 바탕으로 활발히 움직이며 상대 키 플레이어를 봉쇄하고 예리한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함식 역시 슬로바키아 축구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움직임을 보이며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였다. 전반 5분 얀 두리카(하노버 96)를 향해 볼을 밀어줬던 플레이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비록 두리카가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천금 같은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었다. 전반 31분 파라과이 진영 오른쪽에서 왼발로 감아준 볼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함식은 빅리그에서 눈독 들이는 선수답게 뉴질랜드전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슬로바키아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공수 조율과 해결사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고 전진 패스 위주라는 점도 특징이다.
함식의 이러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장면을 연출하지 못한 슬로바키아는 이탈리아와의 3차전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반해 파라과이는 전후반 내내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16강 진출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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