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의 '지난한' 월드컵 첫 승 도전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06.20 22: 41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슬로바키아 선수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블라디미르 바이스 슬로바키아 대표팀 감독도 선수들을 위로했지만 실망한 모습을 감추지는 못했다.
슬로바키아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밤 8시 30분 블룸스테인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F조 2차전 파라과이와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이로써 슬로바키아는 조별리그 1무 1패를 기록해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들이 고개를 숙인 까닭은 16강 진출이 어려워져서가 아니다. 바로 이번 대회의 목표로 삼았던 월드컵 첫 승의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탓이었다. 그들의 마지막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다.

사실 슬로바키아의 월드컵 첫 승은 손쉬운 목표로 인식됐었다.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체코, 북아일랜드, 폴란드, 슬로베니아 등 만만치 않은 강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슬로바키아의 공격 축구는 월드컵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평가였다.
더군다나 슬로바키아의 본선 첫 상대는 역시 월드컵 첫 승이 목표인 최약체 뉴질랜드였다. 호주가 아시아로 편입되면서 손쉽게 월드컵에 출전한 뉴질랜드는 월드컵 경험은 많았지만 전력에서는 손색이 있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그 증거(슬로바키아 34위, 뉴질랜드 78위).
하지만 첫 단추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첫 승이 지난한 목표가 됐다. 슬로바키아는 로베르트 비텍이 후반 4분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첫 승을 눈앞에 뒀지만 종료 직전 윈스턴 레이드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1-1로 비겼다. 여기에 첫 승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었던 파라과이전에서는 일방적인 수세 속에 패했다.
일단 슬로바키아는 24일 이탈리아전에서 마지막 첫 승에 도전해보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이탈리아 역시 16강 진출을 확정짓기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해기에 쉽지 않은 목표이기도 하다. 과거 체코슬로바키아라는 이름으로 세계무대를 호령했던 슬로바키아의 초라한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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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라디미르 바이스 감독 / FIF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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