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머니투데이=더반(남아공), 우충원 기자]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뒤엎고 '엄마 16강 먹었어!'를 외칠 수 있을까?.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1일 오전 2시30분(이하 한국시간) 더반의 프린세스 마고고 경기장에서 나이지리아전 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전날 오후 더반에 입성해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허 감독은 훈련 전 선수들과 잠시 미팅을 갖고 23일 오전 3시30분 모세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펼쳐질 나이지리아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최종전 승리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더반은 남아공의 수도로서 널리 알려진 요하네스버그와 아프리카 대륙 남단인 희망봉에서 가까운 케이프타운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거의 생소한 도시였으나 프로복싱을 통해 한국 스포츠 팬들의 기억에 남는 곳이 된 인도양에 접한 해안 휴양도시다.
바로 한국 프로복싱의 전설 홍수환(60)이 지난 1974년 7월 3일 이 곳에서 WBA 밴텀급 챔피언에 올랐다. 당시 동양챔피언으로서 WBA 페더급 2위였던 홍수환은 챔피언이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놀드 테일러가 선택한 도전자로서 더반 원정에 나서 예상을 깨고 15라운드 판정승을 거둬 세계 제패에 성공했다.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프로복싱이었다. 하지만 1966년 김기수가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를 꺾고 WBA 주니어 미들급 챔피언에 올라 처음으로 세계 챔프를 배출한 이래 한국에는 동양챔피언만 많았지 그 뒤를 이은 복서가 없던 시기였다.
따라서 홍수환의 챔피언 등극은 커다란 화제를 모았고 중동 석유파동 여파로 경제난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는 더없는 큰 힘이 됐다.
더욱 화제가 됐던 것은 경기 직후 홍수환이 어머니와 주고 받았던 국제전화 통화 내용이었다. 당시 TV 생중계가 불가능했던 여건이라 라디오로 전국에 중계됐던 가운데 홍수환이 남긴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와 어머니가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서 대한민국이란 말을 잘못 내뱉은 "수환아, 그래 대한국민 만세다"라고 한 대화도 전파를 그대로 타 당시 두 모자의 대화 내용은 두고 두고 인구에 회자됐다.
이외에도 더반은 나이지리아 이민자들의 집성촌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약 100만명 이상의 이민지가 집중된 이 곳은 사실상 '리틀 나이지리아'라고 불리울 정도.
따라서 7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의 대부분은 나이지리아 출신들이 장악할 전망. 한국 응원단도 대규모 대신 소규모가 응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경기장의 일방적인 응원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훈련을 마친 허정무 감독은 "응원은 전혀 신경쓰지 말자고 했다. 경기에만 집중하고 경기 자체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 옆에 이런 저런 변수 신경쓰면 경기 그르칠 수 있기에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36년전 홍수환도 1974년에 이어 1977년에 4차례 다운 끝에 역전 KO승으로 WBA 주니어 페더급 챔피언에 올라 한국프로복싱 사상 최초의 두 체급 석권을 이룩했던 곳이 바로 더반. 당시 홍수환도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때문에 힘겨웠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표팀은 포기할 수 없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대의를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서는 승리만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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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반(남아공)=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