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권을 갖고 있는 SBS와 KBS의 대립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월드컵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 3사의 갈등이야 월드컵 시작 전부터 이미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던 상황이지만 KBS가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에서 경기 장면을 삽입하면서 양측의 입장이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마찰로 드러나고 있다.
SBS가 단독 중계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방송사간 갈등이 첨예하던 이전 시기와는 조금 다르게 이제는 결과적으로 SBS가 독점중계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경기가 중계되고 프로그램이 방송되는(남격) 상태라 지금의 대립은 시청자들에게 있어서도 더 피부에 와 닿는 사안이 됐다.
지난 20일 방송된 '남격'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남아공 현지에서 그리스전을 응원한 멤버들의 모습이 더 밀도 있게 펼쳐졌다. 지난주 방송분에서 이미 경기 장면을 일부 삽입했던 '남격'은 20일 방송분에서도 역시 경기 장면을 활용, 부족하지만 현장감을 전달하려고 애썼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 직후 SBS측은 몇몇 언론을 통해 "또다시 사용하다니 기가 막히다. 책임을 묻겠다"고 격앙된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남격'측 역시 "경기 장면을 사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본사(KBS)의 방침에 따라 프로그램을 제작했을 뿐이다"며 종전과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물론 SBS가 운운하는 FIFA 규정과 KBS가 제시한 공문 혹은 계약서상 '보도용 외 사용금지'란 문구가 없다는 내용 등 법적인 시비를 가리는 것이 시청자들의 몫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남격'의 고정 시청자들을 포함한 네티즌들은 지금의 갈등을 놓고 나름대로의 판단과 의견을 내놓으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과연 민심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먼저 일부 시청자들은 결과적으로 SBS가 독점중계권을 가진 상황에서 KBS가 경기 장면을 예능 프로그램에 사용한 것은 분명 잘못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또 KBS가 중계권 문제에 대한 앙금을 갖고 의도적으로 '남격'에 경기 장면을 사용하면서 문제를 야기해 갈등을 표면화시키고 있다는 확대 주장도 나왔다.
반면 대다수 많은 시청자들은 '남격' 혹은 KBS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경기 독점중계권을 점한 SBS가 너무 야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대적으로 경기중계권을 얻지 못한 KBS가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월드컵 특집 예능에 1, 2분 경기 영상조차 쓸 수 없게 하는 상황은 정서상 반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법적인 사실관계를 떠나, '남격'이 몇 초짜리 경기 영상조차 SBS의 눈치를 봐가며 써야 한다는 사실에 동정표(?)까지 던지고 있는 중이다.
물론 KBS '남격'과 SBS의 이번 대립이 아이들 소꿉장난이 아닌 이상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에서만 판단해볼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양사 입장에서 법적인 시비를 가려야 할 만한 중대사안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시청자들의 판단, 민심 역시 중요하다. 시청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는 양사의 향후 대응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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