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하나 까고 있었을 뿐인데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 미소를 띠게 했던 배우가 있다. 바로 영화 ‘방자전’의 이름도 없는 ‘감자하녀’ 역을 맡은 정다혜다.
이민호가 학과 후배로, 최근 건국대학교 영화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애니메이션 ‘링스어드벤처’에서 은지원과 함께 주연으로 목소리 연기를 했던 것이 그녀의 영화 프로필의 전부. 첫 스크린 연기는 영화 ‘방자전’이 처음이다.
허나 이 신예 보통 끼가 있는 배우가 아니다. 대선배인 오달수와 김주혁의 틈에서 수줍은 척 하면서 감자를 까고 앉아 극중 방자인 김주혁을 향한 마음을 뜨거운 감자 하나로 다 드러내 보이는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게다가 극중에서 하녀 역할로 감자하녀와 밥상하녀가 있었다는데 혼자 1당 100, 아니 1당 2인의 역할을 혼자서 해내며 밥상하녀를 물리쳤다는 그녀의 담담한 전언이다. 정다혜와의 대담이다.
- ‘감자하녀’와 ‘밥상하녀’ 두 하녀가 있었는데 하녀는 감자하녀만 나온다.
▲시나리오에는 감자하녀와 밥상하녀가 있었다. 근데 촬영에 들어가면서 감독님이 밥상하녀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해서 그 자리에는 감자하녀인 저 하나로 계속 간다고 해서 그렇게 됐다. 원래는 2회차 정도로 처음에 감자를 까는 신 정도 밖에는 없었는데 감독님이 더 만들어주셔서 8회차 정도 됐다.
- 대선배들인 오달수와 김주혁의 틈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잘 해냈다.
▲카메라가 돌기 전에 오달수 선배님은 책을 보고 조용히 계시는 편이고 주혁 선배님은 좀더 밝고 장난도 많이 치시고 편하게 대해주셨다. 그리고 나서 카메라가 돌면 오달수 선배님이랑 닭털 뽑고 감자 까고 그런 신을 찍고 그랬다(웃음). 재미있었다.
- 첫 영화라서 많이 긴장했을 것 같다.
▲사실 저는 첫 영화이고 너무 긴장해서 리허설을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그냥하라’고 하셨고 어떤 말을 안 해주시고 ‘너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하셨다. 저한테 부담을 안주시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됐지만 나중에는 그게 더 편했다. 슛 들어갈 때 가끔 ‘이런 표정을 지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정도셨다. 슛이 들어갈 때마다 달수 선배님도 주혁 선배님도 그렇고 계속 저한테 ‘이렇게 하면 좋다’고 하나하나 잘 가르쳐주셨다.
- 실제 뜨거운 감자였는지.
▲연기가 계속 나와야 해서 스태프들이 뜨거운 감자를 계속 쪄서 날라다 주셨다. 진짜 손이 데였고 그 정도로 감자는 뜨거웠다.

- 극중에서 수줍어하며 감자를 까고 방자에게 마음을 드러내는 연기가 풋풋하고 매력적이었다.
▲그게 실제 상황과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사실 대본을 다 외워갔음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앞에서 하나도 생각이 안 났다. 카메라 돌기 전에는 오달수 선배님도 말도 안하고 책만 보시고 그러니까 사실 좀 어려웠고 주혁 선배님은 살갑게 대해주셔서 촬영에 들어가서 방자로 출연하는 주혁 선배님을 기분 좋게 바라보는 게 실제였고 달수 선배님을 새침하게 보는 게 실제 상황과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 촬영장에서는 제일 막내였을 텐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워낙 감사하게도 첫 영화인데 너무 잘해주셨다. 이게 빈말이 아니라 매니저 없이 저 혼자 촬영장에 갔었는데 선배님들이 제가 행여나 주눅 들지나 않을까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주혁 선배님이 대신 매니저 해주겠다고 ‘내가 너 매니저 해줄게’라고 하기도 다른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 ‘감자하녀’이고 이름이 없다. ‘개똥아’ ‘소똥아’ 뭐 그렇게 이름이라도 있을 법 한데.
▲다른 분들이 ‘감자하녀’라 슬프지 않았냐고 이름도 없고 그렇게 묻기도 하신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가 한 번도 그걸 내색 한 적이 없는데 주혁 선배님이 ‘너가 감자하녀니까 다 같이 야채이름을 붙이자’고 해서 ‘너는 낑깡’ ‘너는 고구마’ ‘너는 토마토’ 그렇게 다 야채이름 지어서 불러주셨다. 저 하나 때문에 그렇게 하셔서 정말 너무 몸 둘 바를 몰랐다. 너무 예뻐해 주시고 챙겨주셔서 저는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다.
- 김대우 감독님은.
▲사실 ‘방자전’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촬영을 했는데 통 편집된 분들도 많다. 근데 저는 편집된 게 한 신 밖에 안됐고 다 잘 나왔다. 감독님에게 감사한다. 그런데도 나중에 시사회에서 뵀는데 그 한 신을 기억하시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 신이 그렇게 나왔었지. 그걸 못써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단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까지 신경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 ‘감자하녀’에 대한 주위 반응은.
▲잘 나왔다고 주변 분들이 많이 말씀해주셨고 어머니 아버지도 좋아하셨다. ‘방자전’이 이렇게 잘될 것도 예상을 못했지만 잘됐고 그 ‘방자전’에서 정말 작은 배역의 정다혜가 이슈가 될지는 몰랐다고 의외의 선전에 많이 축하해주셨다.
- 앞으로 포부는
▲지금은 정말 신인이고 닥치는 데로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나이 대에 맞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 하이틴 드라마, 시트콤 그런 것도 해보고 싶고 발랄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
- 하이튼 드라마의 상대역은 누구랑 하고 싶은지.
▲지금 제 여동생이 송중기에게 빠져있는데 정말 송중기는 어린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많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 분이랑 호흡을 맞추면 좋을 것 같다.
- 실제 이상형은.
▲공유 오빠를 좋아한다. 깔끔한 스타일 좋아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범수 선배님도 좋다. 영화 속 캐릭터에서 보여주신 것처럼 유머러스한 스타일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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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