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WC 돋보기]북한, 무모한 '맞불 작전'이 참패 불렀다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0.06.22 10: 24

[6월 21일 포르투갈-북한(G조), 케이프타운]
 
많은 한국의 축구팬들이 아르헨티나전에서 조금 더 공격적인 축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우위에 있는 팀에 맞불 작전을 펼치는 것은 효과적인 전술이 아니다. 북한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북한은 브라질과 경기와는 다르게 공격적인 3-3-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이는 정대세를 원톱에 두고 수비 시에는 최소 6명, 공격 시에는 최소 4명 이상을 포진하는 전술로 선수들에게 많은 움직임을 요구한다.
전반에 좋은 모습을 보였던 북한이 후반에 무너진 것은 바로 초반 오버페이스의 영향이다. 북한보다 포르투갈의 기량이 앞서는데 두 팀이 맞불작전으로 부딪힌 결과 전반서 비등한 경기력을 보였다면 이는 약팀인 북한의 오버페이스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맞불 작전으로 승부를 걸 때는 그 타이밍과 페이스 조절에 주의해야 한다.
만약 한국도 처음부터 아르헨티나에 공격적인 전술로 부딪혔다면 전반 중반까지는 선전할 수 있었겠지만 90분 내내 아르헨티나에 맞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맞불 작전으로 부딪혔던 후반전에도 중반 이후 2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맞불 작전으로 부딪혔을 때 정대세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브라질과 경기와 달리 이날은 북한이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기 때문에 정대세는 동료를 활용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원톱으로서 활약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 이것이 결국 북한의 패인이라 할 수 있다.
공격적인 전술을 진행할 때 공격수가 골 찬스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흐름이 반대쪽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공격적인 전술은 공격수 뿐만 아니라 미드필더, 수비진까지 많은 체력적 부담을 감수하는 것인 만큼 골로 연결되지 못하고 흐름이 반대로 넘어가면 체력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는다.
포르투갈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전반전에 공격적인 전술로 승부를 걸었을 때 골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강팀과 약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포르투갈은 4-3-3의 기본 포메이션을 갖고 있지만 공격 시에는 2명의 수비수만 남긴 채 전진적으로 올라가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하지만 공격 축구라고 하기에는 날카로운 원톱의 부재가 아쉽다.
포르투갈이 크리티아누 호나우두라는 슈퍼스타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게감있는 중앙 공격수가 필요하다. 포르투갈은 빠른 스루 패스와 좌우 방향 전환을 통해 공격 전술을 전개하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측면에서 골을 노리기 위해서는 중앙 수비진을 흔들어줄 수 있는 동료의 활약이 필요하다.
북한 선수들로서는 초반의 오버페이스로 인해 후반전에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준 채 완패를 당했는데, 최소한 후반전에서라도 브라질과 경기처럼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북한이 전반전 첫 번째 실점을 당한 이후 이미 팀의 밸런스가 깨졌는데 후반전에도 태세를 가다듬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결국 6골을 추가 실점하게 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비록 7골을 넣으며 완승을 거두긴 했지만, 몇 가지 보완할 점이 눈에 보였다. 경기 초반 북한이 득점 기회를 잡은 것은 포르투갈이 이러한 찬스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다음 상대인 브라질을 포함해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만나는 상대팀은 이러한 찬스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축구는 흐름을 타는 스포츠인만큼 먼저 실점을 당한다면 경기 전에 준비한 전술을 그대로 실행하기가 어려워진다. 포르투갈이 공격축구를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해 공간을 허용하는 수비 전술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월드컵 우승을 노리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는 어시스트보다는 골이 어울리는 선수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같은 천부적인 골게터가 있다면 팀 전술을 전체적으로 수정해서라도 그를 활용해야 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소속팀에서와 같이 마음껏 골을 노릴 수 있도록 측면 공격의 비중을 낮추고 중앙 공격을 통해 상대 수비진의 밸런스를 깨는 공격 전술 또한 준비해야 할 것이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사진> 케이프타운(남아공)=송석인 객원기자 song@osen.co.kr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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