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타' 장기영과 2007년 이종욱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6.22 10: 38

홈런은 하나도 없는데 장타율이 4할5푼3리로 전체 21위(21일 현재)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에 성공하며 넥센 히어로즈의 새 톱타자로 자리매김 중인 장기영(28)의 이야기다.
 
경남고 출신으로 지난 2001년 현대 유니콘스에 2차 1순위로 입단했던 장기영은 투수로 1군 4경기 출장에 그쳤다. "2학년 때 청소년 대표 선배들이 차출되었던 봉황대기서 에이스 노릇을 했던 투수다"라는 고교 동기 이대호(롯데)의 증언처럼 일찍 싹을 틔웠으나 3학년 시절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프로 입단 후에도 투수로는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했던 것.

 
은퇴 위기까지 몰렸던 장기영은 김응국 코치의 권유 아래 타자로 전향, 올 시즌 비로소 잠재력을 현실화 중이다. 올 시즌 55경기에 출장해 3할2푼8리(6위) 29타점 18도루를 기록하며 어느새 1번 타자 중견수 자리를 꿰찬 것.
 
특히 홈런이 하나도 없음에도 9개의 2루타와 8개의 3루타(1위)로 예상 외의 장타율 4할5푼3리를 기록 중인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마치 2007시즌 이종욱(두산)과도 비슷한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2003년 2차 2순위(1999년 지명)로 현대에 입단, 장기영과도 잠시 한솥밥을 먹었던 이종욱은 상무를 제대한 2005년 말 방출되고 말았다. 그러나 절친 손시헌의 권유로 두산에 새 둥지를 틀었고 2006시즌 51도루에 이어 이듬해 3할1푼6리 47도루를 기록하며 국가대표팀 톱타자로까지 성장했다.
 
2007년 이종욱은 홈런 1개에 불과했으나 2루타 20개, 3루타 12개(1위)로 타구로 1~2개의 루를 더 진루하는 1번 타자였다. 당시 이종욱의 장타율은 4할1푼7리로 8개 구단 톱타자 요원 중에는 정근우(SK, 4할8푼4리)에 이어 2위에 해당했다. 정근우가 당시 5번 타자로도 자주 나섰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8개 구단 톱타자 장타율로는 이종욱이 1위.
 
발빠른 톱타자가 외야 우중간-좌중간으로 공을 띄워 2루타, 3루타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 단타를 치고 나가 성공률 7~80%의 도루에 의존하기보다 단숨에 득점 찬스를 만들어 준다는 것은 팀의 작전 구사도를 한결 수월하게 해준다. 장기영의 최근 맹타를 조금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시진 감독은 장기영의 활약을 칭찬하면서도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출루 후 리드하는 과정에서 힘이 너무 들어가있다. 빠른 발을 갖추고 있어도 도루 성공률이 조금 떨어지는 이유다"라며 아쉬움을 이야기한 김 감독. 장기영의 도루 성공률은 72%(25번 시도/18회 성공)으로 A급 주자의 기준이 되는 도루 성공률 75% 이상에 못 미친다.
 
또한 김 감독은 장기영에 대해 "매 경기 4타석 3타수 1안타 1볼넷의 활약을 보장할 수 있는 타자가 되었으면 한다"라며 정확성 만이 아닌 출루 능력 향상에도 힘을 기울여 주길 바랐다. 3할2푼8리의 고타율에 비해 장기영의 출루율은 3할8푼5리. 삼진 당 볼넷(BB/K) 비율 0.43(19볼넷/44삼진)을 좀 더 향상시키며 출루 능력이 좋은 타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투수로는 실패했으나 타자로 변신해 상대 우위 장타 능력을 갖춘 톱타자로 변신한 장기영. 방출 설움을 딛고 새 팀에서 '장타 뽑는 무서운' 1번 타자로 성장한 이종욱의 3년 전 모습을 재현 중인 그가 앞으로 팀의 공격 물꼬를 어떻게 틔울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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