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무덤덤과 무표정으로 긴장감 떨쳤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0.06.23 11: 30

[OSEN/머니투데이=더반(남아공), 우충원 기자] '박선생' 박주영(AS 모나코)이 드디어 빅매치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깼다. 
 
아르헨티나전 자책골로 침울했던 박주영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월드컵 첫 골을 기록하는 등 그동안의 부진을 깔끔히 털어내는 대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34년 전 같은 땅 남아공에서 '엄마 챔피언 먹었어'를 외쳤던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홍수환 보다 더 크게 사자후를 토했다.

한국은 이날 새벽 더반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3차전 나이지리아(20위)와 경기에서 2-2로 비겨 1승1무1패(승점4)를 기록, 같은 시간 그리스를 2-0으로 꺾은 아르헨티나(3승, 승점9)에 이어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는 각각 1승2패(승점3)와 1무2패(승점1)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한국은 2002 한일월드컵 이후 8년 만에 16강에 올랐고 원정 대회 첫 조별리그 통과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고 그 중심에 박주영이 우뚝 섰다. 이번 월드컵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매 경기 선발 출장한 그는 그리스전과 아르헨티나전 침묵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결정적인 순간에 프리킥 역전골을 터뜨려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경기 전 한국은 박주영의 부진 속에 1승1패를 기록,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경기서 16강 진출 여부가 판가름나게 됐던 상황. 특유의 무덤덤함과 무표정으로 이날 경기에 임한 박주영은 이번 대회 전체 경기 중 두 번째로 프리킥을 직접 득점으로 연결하는 신기를 선보이며 전세를 단번에 뒤집었다.
 
박주영의 득점은 앞으로 대표팀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최전방 공격수로서 아르헨티나전 자책골로 어려움이 많았던 박주영은 자신의 힘으로 팀을 16강으로 이끌면서 골잡이다운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
득점포를 작렬한 후 박주영은 하늘을 쳐다보며 사자후를 내뿜었다. 하지만 경기 후 그의 대답은 역시 간단하고 진솔했다. "그냥 기뻐서 아무 생각없이 한 행동"이라며 "부담을 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지금은 팀이 승리한 것에 대한 기쁨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골 침묵'을 깨고 결정적인 순간에 멋지게 부활한 박주영은 오는 26일 오후 11시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벌어질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도 허정무호의 공격 첨병으로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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