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WC 돋보기]오카다, MF 혼다의 FW 활용 승부수 '적중'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0.06.25 09: 31

[6월 25일 일본-덴마크(E조), 러스텐버그]
 
일본의 완승이었다. 네덜란드, 덴마크, 카메룬과 만난 어려운 조편성에도 불구하고 2승 1패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일본의 오카다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사실 일본의 선수진 면면은 한국보다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한국보다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카다 감독의 전술에 있다. 오카다 감독은 일본 선수들이 갖고 있는 모든 실력을 경기장에서 이끌어냈다. 일본은 월드컵 직전까지 평가전에서 연달아 패했는데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2002년의 한국 대표팀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일본의 16강 진출은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일본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하고 덴마크는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덴마크의 조직력은 상당히 짜임새있고 선수의 기량 또한 우수해 일본을 쉽게 제압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렇지만 오카다 감독은 덴마크 전에서 카메룬 네덜란드와 경기보다 더욱 성장한 일본을 만들어 나타났다. 이날 경기의 승리는 전적으로 오카다 감독의 공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일본은 비기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오카다 감독의 경기 전 발언대로 공격적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덴마크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본의 공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덴마크는 그리스와 다르게 느린 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빠른 패스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네덜란드 전과 마찬가지로 수비 뒷 공간을 활용하는 플레이가 자주 나왔는데 이는 미리 약속된 결과물이다.
이러한 공격이 나오기 위해서는 첫째로 공을 갖고 있지 않은 공격수의 움직임이 좋아야하고, 둘째로 패스를 주는 사람이 공격수의 움직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공격이 반복된다는 것은 미리 약속되어 있는 하나의 공격패턴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개인 기량이 좋지 못한 일본으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공격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프리킥 기회를 얻어낸 것 또한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 프리킥을 골로 연결한 혼다의 무회전 킥은 이번 월드컵 최고의 골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혼다는 인프런트 킥의 궤도로 발을 스윙함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인스텝으로 볼을 밀어냄으로써 회전이 없는 프리킥 골을 만들어냈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의 무회전 프리킥과는 다른 스타일이지만 월드컵 실전에서 이런 골을 보여줬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혼다는 현재 이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는 공격수로서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일단 돌파력 자체가 위협적이지 않다. 하지만 마인드 컨트롤이 아주 좋아 보이고 민첩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스타일 자체에 무게감이 있다. 어린 선수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넓고 노련하다.
볼 키핑력이 좋으면서 동료의 움직임에 맞춰 섬세하게 패스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일본의 팀 전술에 있어서는 이상적인 공격수라고 할 수 있다. 미드필더로서 특성을 가진 선수를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함으로써 공격 전술을 완성한 오카다 감독의 안목이라 평가할 수 있다.
엔도의 두 번째 프리킥 골 또한 첫 번째 득점에 만족하지 않고 일본이 공세를 이어갔기 때문에 기회를 얻은 것이다. 오카다 감독은 경기 전 10-0 승리를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덴마크의 승리를 예상했기에 단지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날 일본이 보여준 경기력은 오카다 감독의 말이 단순한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덴마크가 일본의 짜임새 있는 수비진을 허물기 위해서는 일본의 3선과 골키퍼 사이의 공간을 활용한 공격이 나왔어야 했다. 그러한 공격이 나와야 일본의 3선이 후퇴하게 되고 그래야 덴마크가 공격 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3선의 라인을 자유자재로 조율함으로써 쉽사리 뒷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여기에는 일본이 4-5-1 포메이션을 앞세워 미드필더가 강한 압박을 해준 것도 크게 기여 했다.
덴마크로서는 일본의 뒷 공간에 침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변을 맴도는 공격밖에 할 수 없었다. 덴마크가 부진했다기 보다는 일본의 수비 조직력이 너무나도 우수했다.
일본은 혼다와 툴리오를 제외하면 딱히 우수한 선수가 눈에 보이지 않는데, 이 수준의 선수들로 이런 강한 팀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의 팀 조직력은 하루 아침에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수와 감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오카다 감독의 교체 카드와 타이밍도 인상적이었다. 일본은 후반 중반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수를 투입했다. 후반 중반은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시점이다. 이럴 때 공격수를 투입한 것은 비록 리드는 하고 있지만 수비적으로 물러나지 말라는 오카다 감독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지가 선수에게 전달됐기 때문에 후반 막판 일본이 한 골을 더 추가해 3-1의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16강 상대는 파라과이다. 파라과이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팀의 짜임새가 좋은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파라과이는 위협적인 공격 패턴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약점이 있다.
스피드와 압박, 조직력이 무기라는 면에서 일본과 파라과이는 팀의 스타일이 유사하다. 개인적으로 16강 경기 중 가장 재미있는 경기 내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경기다. 오카다 재팬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사진> 러스텐버근(남아공)=송석인 객원기자 song@osen.co.kr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