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 중 감독이 심판으로부터 퇴장을 당하는 경우의 수는 몇 가지나 될까. 스트라이크 판정 항의, 아웃-세이프 항의, 홈런-파울 판정 항의. 항의를 한다고 다 퇴장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새벽에 열린 미국프로야구(MLB)에서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할 수 있는 황당한 퇴장이 발생했다. 탬파베이 레이스 조 매든 감독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 도중 자신의 팀 선발투수인 맷 가자를 마운드 위에서 큰 소리로 혼을 내다 개리 세더스톰 2루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매든 감독은 탬파베이가 4-3으로 앞서고 있던 7회초 무사1루 볼카운트 0-1에서 선발 가자가 1루 견제도중 세더스톰 2루심으로부터 보크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덕아웃을 나서 투수에게 다가가 내야수들을 불러모은 뒤, 보크를 저지른 가자에게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매든 감독은 경기 후 엠엘비닷컴(MLB.com)과 인터뷰에서 "나는 가자에게 화가 났었다. '가자, 어떻게 이 상황에서 보크를 저지를 수 있니.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우리 팀이 보크 판정을 듣는 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니'라고 말했다"고 웃으며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이 사실에 대해서 가자에게 소리를 질러야 했다. 그 역시 놀랐는지 눈동자가 커졌지만 차분히 들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무엇을 말하는 지 알아 들었다"고 덧붙였다.

심판 판정에 대한 매든 감독의 특이한 접근에 탬파베이 선수들은 충분히 이해하는 분위기다. 유격수 제이슨 바틀렛은 "감독이 소리를 지른 것은 가자를 향한 것이었고, 그를 혼내 키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긴장을 풀게 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이닝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가자 동료들도 나에게 다가와 감독이 가자에게 뭐라고 소리쳤는지 물어 재미있었다. 우리를 동기부여 시켜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인공인 가자 역시 "정말 황당한 상황이었다. 나는 성인이다. 나는 어떤 상황이든지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매든 감독님을 잘 안다. 그 역시 나를 잘 안다. 그래서 우리 둘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며 "나로 하여금 경기에 다시 집중하게 했고, 이닝을 잘 마칠 수 있었다. 2루심이 당시 상황을 지나치게 곡해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매든 감독은 보크를 저지른 자신의 선수에게 대신 소리치며 2루심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높다. 탬파베이는 24일 경기에서도 선발투수 제임스 실즈가 보크 판정을 받고 팀이 4-5로 패했기 때문이다.
매든 감독은 지난 2006년부터 만년 꼴찌 팀인 탬파베이 감독직을 맡아 2008년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이끌며 2008년 올 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탬파베이는 올 시즌에도 강팀들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양키스에 2경기차로 뒤져 2위를 달리고 있다.
매든 감독의 황당한 행동에, 황당한 퇴장이 발생해 야구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 것은 틀림없다.
agassi@osen.co.kr
<사진> 매든 감독(상), 세더스톰 심판(MLB.COM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