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두 남자 배우, 김승우와 신현준이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나란히 MC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승우는 지난 2월 신설된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의 메인 MC로 벌써 5개월가량 진행을 이어오고 있다. 신현준은 지난 5월부터 KBS의 전통 있는 연예정보프로그램 '연예가중계'에 후배 여배우 이시영과 함께 공동 MC로 나섰다.
전문 MC나 아나운서가 아닌 배우나 가수가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는 일은 왕왕 볼 수 있는 일이지만, 특히나 김승우와 신현준의 MC도전은 시작 전부터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 관심들이 대부분 기대나 응원보다는 우려나 비난이었다는 점에서 두 배우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정작 본인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두려움과 더불어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들이 꽤나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터. 흥행작이 많은 '보증수표'는 아니라 할지라도 김승우나 신현준은 분명 아직도 충무로에서 잘 팔리는 배우다. 캐스팅 제의가 끊이질 않고 그만큼 작품 활동도 꾸준하다. 그런 그들이 '무엇이 아쉬워서' 딴 길로 한 눈을 팔았을까. 어쨌든 주위의 기대와 우려, 논란(?) 속에 MC 신고식을 마치고 몇 달여 프로그램 진행을 계속하고 있는 두 사람의 중간 성적표는 어떨까.
먼저 김승우의 경우, 기대 이상의 무난한 진행 실력과 보조 MC들과의 호흡, 게스트 관리 능력 등을 보여주며 선전하고 있다. 애초 '김승우쇼'라고 알려지면서 'MC로서 검증되지 않은 김승우가 무슨 메인 MC냐'는 비난 속에 시작된 '승승장구'에서 김승우는 동반 MC로 나선 태연 우영 김신영 최화정 등과 함께 적당한 조화를 이루면서도 메인 MC로서의 존재감을 지키고 있다는 평. '승승장구'가 첫 선을 보이기도 전에 들끓었던 언론과 여론은 김승우가 기대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고요해진 상황이다.

'입담'을 자랑하는 두 아이돌과 능수능란한 김신영, 최화정 사이에서도 김승우는 기죽지 않고 제 본분을 다하는 모습이다. '승승장구'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승우, 생각보다 MC가 어울린다', '치고 빠지는 능력도 갖추고 재미도 있다. MC 합격점!', '솔직히 기대를 하나도 안했는데 볼수록 괜찮은 것 같다. 김승우 등 MC들의 호흡이 무난한 분위기' 등 좋은 반응들이 종종 눈에 띈다.

반면 신현준은 여전히 시청자들의 질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는 신현준 개인의 능력도 원인이 되겠지만 '연예가중계'라는 장수 프로그램이 가진 특유의 성격에 대한 시청자들의 선입관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일반 예능 프로그램이나 토크쇼와는 달리 정보전달의 성격을 지닌 '연예가중계'는 신속하고도 정확한 보도가 생명. 이 때문에 제작진은 이제껏 전문 MC나 아나운서 등 전문적인 진행 능력을 갖춘 이들을 MC로 세웠던 것.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지만 대부분의 전문 MC들이 유연하고도 정확한 진행을 해왔기 때문에 다소 자유롭고 개성 강한 신현준의 진행 스타일에 아직도 낯설음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이다.
잦은 농담과 가벼운 단어 선택, 산만한 진행 모습은 정보를 전달하는 진행자로서는 지적 받아야 할 부분이라는 게 시청자들의 중론. 농담이긴 하지만 신현준은 진행 도중 자주 사심을 드러내거나 공동 진행자 이시영과의 대화를 우스갯소리로 일관하고 있다. 또 아직은 생방송에 적응이 부족한 듯 산만한 모습을 보여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앞서 제작진이나 신현준은 봄 개편을 맞으며 '연예가중계'의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편안하면서도 버라이어티한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치 예능 프로그램과도 같은 가볍고 우스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면서 정보전달 프로그램으로서의 공신력 자체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연예가중계'가 예능적 성격을 가진 토크쇼가 아닌 이상 MC들의 언행과 진행 능력이 일정 수준을 벗어나선 안 될 일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직도 '신현준 씨, 너무 산만하고 불안한 진행이다', '웃기려고 하지 말고 진행을 해 달라', '개그 콘서트를 보는 건지, 뭘 보는 건지...'와도 같은 불만 글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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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