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녹색옷은 '거미손' 빨간옷은 '자동문'?
OSEN 박린 기자
발행 2010.06.26 10: 35

수비수>미드필더, 오른발>왼발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토너먼트를 맞아 캐스트롤 성과 분석팀이 내놓은 월드컵 승부차기 조사 결과는 무거운 심리적 압박이 실제 승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캐스트롤 성과 분석팀은 남아공 본선진출 32개국 대표팀들이 최근 5회(1990년~2006년)의 월드컵에서 경험한 모든 페널티킥과 승부차기들을 조사, 분석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들을 밝혀냈다.

▲ 미드필더들의 페널티킥 및 승부차기 성공률은 58%에 불과해 포워드들(74%)은 물론 수비수들(69%)에도 미치지 못했다.
▲ 나이가 많은 선수일수록 득점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29세 이상 선수들의 득점 성공률은 71%에 그친 반면 23세 미만의 젊은 선수들은 85%, 23세~28세의 선수들은 78%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 왼발잡이 선수들의 득점 성공률은 50%로, 오른발잡이 선수들의 69%에 미치지 못했다.
▲ 빨간 운동복을 입은 골키퍼들은 단 하나의 슛도 막아내지 못했다. 골키퍼들의 운동복 색상별 방어율은 초록색 38%, 검은색 35%, 파란색 31%, 회색 28%, 노란색 24%, 보라색 18%, 오렌지색 14%, 빨간색 0%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노르웨이 스포츠과학대학의 스포츠 심리학자이자 캐스트롤 성과 분석팀의 일원인 가이르 요르데 박사는 "월드컵 토너먼트에서의 승부차기는 선수들의 중압감을 다루는 기술에 달려있다. 즉 심리적인 대결이며 대부분 슈팅의 결과는 공을 차기도 전에 결정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르데 박사는 "승부차기에서는 가장 유명한 슈퍼스타들이 덜 유명한 선수들보다 적은 골을 넣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 많은 유명 선수들이 갖는 페널티킥 기술의 우위는 높은 중압감으로 인해 상쇄돼 경험이 일천한 젊은 선수들보다 승부차기 실패의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잉글랜드, 네덜란드, 이탈리아의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더 많은 기대와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3개 국은 중요한 승부차기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요르데 박사는 골키퍼의 운동복 색상과 관련해 "빨간색 유니폼의 선수들이 실제로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연구들이 많지만, 골키퍼의 경우 그만큼 키커에게 더 잘 보이고 움직임이 쉽게 읽혀 반대방향으로 슛을 쏘기가 더 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스트롤은 월드컵 역대 승부차기 기록을 분석해 실제로 심리적 압박이 승부차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혀냈다. 월드컵 역대 승부차기에서 팀의 패배를 막기 위해 반드시 골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상황에 몰린 키커의 득점 성공율은 40%에 불과했다. 반면 골을 성공시키면 팀의 승리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키커의 득점 성공률은 무려 92%였다. 
parkrin@osen.co.kr
<사진> 우루과이의 포를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전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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