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다보니 지난 2년 동안 서로 맞붙을 기회가 안 생기더라".(웃음)
국내 무대로의 복귀 후 첫 선발 맞대결이다. 동갑내기에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춘 절친한 사이인 김선우(33. 두산 베어스)와 서재응(33. KIA 타이거즈)이 26일 잠실 구장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휘문고-고려대를 거쳐 1997년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김선우와 광주일고-인하대 출신으로 뉴욕 메츠에 입단한 서재응.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뒤 2008년 비슷한 시기에 연고지 팀 유니폼을 입은 두 투수는 실력 면에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 2년 간 기대치에 걸맞는 성적은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두 투수 모두 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
그동안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로 인해 경기 당 기복이 심한 편이던 김선우는 국내 무대 3년 째인 올해 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기복 차가 완만해진 것은 아니지만 6승 5패 평균 자책점 4.26(25일 현재)에 10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로 제 몫을 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 또한 김선우에 대해 "그래도 등판 때마다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자주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는 점은 분명 계투진을 감안했을 때 공이 큰 것"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이재우의 팔꿈치 부상과 임태훈의 선발 전환으로 인해 얇아진 계투진의 부하를 막는 투수라는 뜻.
서재응의 올해도 믿음직한 편이다. 4승 2패 평균 자책점 3.20을 기록 중인 서재응은 64⅔이닝 동안 23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08년 볼넷 당 탈삼진(K/BB) 1.80, 지난해 K/BB 1.77을 기록했던 서재응은 올 시즌 2.12를 기록 중이다.
제구가 안 좋았다기보다 스트라이크 존 좌우를 공략하려다 빠지는 경우가 많아 명성에 걸맞지 않게 예상보다 사사구가 많았던 서재응의 지난 2시즌 경기 내용을 감안하면 운영의 묘를 찾았다는 이야기. 특히 2할5푼3리의 피안타율과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이 1.21라는 점은 그가 안정적인 선발 요원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팀 상황 상 이들의 활약은 더욱 중요하다. 김선우는 국내 투수진 맏형으로 책임감을 앞세우며 자신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스스로 퀄리티스타트 10회에 보람도 느끼고 있으나 "그래도 팀이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맏형 노릇을 확실히 해야하지 않겠는가"라며 의무에 충실하겠다는 각오.
KIA가 현재 7연패 늪에 빠져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재응의 어깨도 무겁다. KIA는 지난 18일 문학 SK전에서 충격적인 끝내기 패배를 당한 후 에이스 윤석민의 손가락 부상, 외국인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의 연이은 부진으로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3시즌 동안 두산을 상대로 7경기 1승 3패 평균 자책점 4.58을 기록한 서재응이 조금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홈-원정 때 서로 만나며 환담을 나누기도 하는 두 절친. 팀 선발진 내 비중이 최근 들어 더욱 커진 그들의 맞대결 결과가 양 팀의 앞으로의 시즌 행보까지 결정할 수 있는 만큼 26일 이들의 '선발 전쟁'은 더욱 주목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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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선우-서재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