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해 총 48경기를 치른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가 26일 H조 3차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사상 첫 아프리카 대륙 개최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던 이번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 이변이 속출했던 대회였다.
개최국 남아공은 역대 월드컵 개최국의 전통을 지키지 못했다. 개최국 중 처음으로 조별리그서 탈락하는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이는 무려 80년 만에 일어난 ‘사건’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남아공이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남아공의 활약 덕분에 ‘아트 사커’ 프랑스는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짐을 싸야만 했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의 경기 결과 역시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특히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조 꼴찌라는 성적으로 36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골 가뭄이다. 아디다스가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를 처음 공개했을 때만 해도 이번 월드컵에서는 많은 골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아디다스 관계자도 자블라니에 대해 “역대 공인구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고 정확한 슈팅을 가능하게 했다"며 ”공격수보다 골키퍼들에게 불리한 공“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정반대였다. 1라운드서 총 25골이 나와 평균 1.56골을 기록했다. 이는 가장 적은 골을 기록했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탈리아 월드컵서는 총 52경기에서 115골이 나와 경기당 평균 2.21골을 기록, 역대 가장 골 가뭄이 심했던 때로 기억되고 있다.
이어 2차전에서는 아르헨티나, 포르투갈의 대승에 힘입어 42골을 기록, 평균 2.62골이 나왔고, 3차전은 34골이 터져 평균 2.12골이 나왔다. 총 48경기에서 나온 골을 합하면 101골로 2,3라운드 덕분에 경기당 평균 2.10골까지 높아졌다.
그렇지만 이 수치는 역대 월드컵 사상 최소일뿐더러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평균 2.5골,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경기당 2.3골에 비해 상당히 낮다. 골 가뭄이란 말이 괜한 기우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골 가뭄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역시나 자블라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의 움직임 탓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블라니가 플레이를 전반적으로 어렵게 하고 축구의 매력을 반감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땅을 한 번 튕긴 롱패스가 선수들의 머리를 훌쩍 넘기기 일쑤고 공격수들이 빠른 크로스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잉글랜드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내가 지금까지 본 공 가운데 최악이고 필드 플레이어, 골키퍼 할 것 없이 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며 "궤도를 예측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긴 패스보다 짧은 패스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26일 한국-우루과이 전을 시작으로 오는 7월 12일까지 결승 토너먼트가 진행된다.
조별리그 세 경기를 통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준 16개국이 이미 가려졌고, 이 중 네 번의 승리를 하는 팀은 정상에 오르게 된다. 우승 트로피를 향한 이들의 결전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골들이 추가될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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