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은 내가 믿고 있는 선수다"(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
26일(이하 한국시간) 밤 11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릴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허정무 감독은 일종의 파격을 선보였다.
조별리그와 달리 김재성을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격시킨 것.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승부수였다. 최소한 허정무 감독이 김재성(27, 포항 스틸러스)를 기용한 이유는 그랬다.

▲ 유기적인 공수 가담
지난해 K리그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 중 하나는 김재성이었다. 소속팀 포항 스틸러스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지휘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만천하에 알렸기 때문이다. 당시 김재성은 오른쪽 측면에서 놀라운 공간 지배력을 발휘했다. 포항의 전방 공격수들이 몸 싸움에 능하지 못했지만 전방을 마음껏 뛰놀 수 있었던 이유였다.
김재성의 능력이 공격으로 한정된 것도 아니었다. 전방에 배치됐지만 수비가 필요할 때는 수비까지 내려오는 놀라운 활동량을 과시했다. 때로는 지나친 수비 가담이 독이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포항이 공격 축구를 펼치면서도 실점이 적은 이유 중에 하나가 김재성의 수비 가담이었다.
허정무 감독 또한 이런 부분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포항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허정무 감독이 유독 칭찬하던 것도 김재성의 수비 가담이었다. 우루과이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면서 공격도 놓치지 않으려는 허정무 감독에게 김재성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 날카로운 세트 플레이
허정무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전담 킥커는 분명히 기성용이다. 그리고 기성용은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에서 각각 한 번씩 이정수의 득점을 도우면서 그 신뢰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러나 김재성도 기성용에 못지 않은 세트 플레이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다. 특히 오른발이 빼어나다. 김재성은 올해 초 남아공에서 진행된 전지훈련과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자신의 감각적인 오른발을 뽐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기록한 득점의 5골 중 3골이 세트 플레이로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김재성의 오른발을 기대할 만하다.
▲ 김재성의 부족한 경험이 고민
그 동안 허정무 감독은 김재성은 선발로 기용하지 않았다.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에서 종료 직전 교체 카드로 활용했을 뿐이다. 두 경기를 합쳐 기용 시간이 10분을 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 전력으로 보기도 어렵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경험 부족이다. 김재성이 기록한 A매치는 10경기에 불과하다. 그것도 큰 무대가 아닌 규모가 작은 대회와 평가전에 그쳤기에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당장 월드컵에서 큰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재성은 남아공 전지훈련 초기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이런 이유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재성을 선발로 기용했다. 최소한 허정무 감독은 김재성이 한국의 첫 원정 8강 진출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김재성의 활약에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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