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에 찼던' 차두리 카드, 절반의 성공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0.06.27 01: 02

나이지리아 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던 ‘차미네이터’ 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예상을 뒤엎고 우루과이 전에 출격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47위)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끝난 우루과이(16위)와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서 1-2로 분패했다.
경기 시작 직전까지 허 감독은 오른쪽 풀백 자리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그는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 팀을 상대할 때는 차두리, 개인기가 뛰어난 남미 팀을 상대할 때는 오범석(울산)을 중용해왔다. 그동안의 전례대로라면 우루과이 전에는 오범석이 나와야 했다.

이와 관련 허 감독은 지난 25일 남아공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른쪽 풀백에 대해 말이 많다”고 운을 떼면서 “(나이지리아 전에서) 오른쪽 수비가 실수로 골을 내줬지만 실수가 없다면 발전도 없다. 실수를 통해서 발전할 수 있고 경험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차두리를 지지했다. 그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일까. 이날 차두리는 상대 선수의 공격 기회를 차단하는 등 전후반 90분 내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전반 12분 우루과이의 역습 상황에서 루이스 수아레스(AFC 아약스)의 크로스를 막아냈다. 전반 14분에는 우리 측 진영에 있던 에디슨 카바니(US 팔레르모)의 돌파를 차단했다.
이와 함께 그는 몸싸움에 뒤지지 않으면서 골 찬스를 만드는 데에 주력했다. 공수를 넘나들며 적절한 패스를 해준 것도 돋보였다. 후반 13분 우측에서 박지성을 향해 크로스를 올려준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차두리는 자신의 최대 강점인 오버래핑에 능한 면모를 보였다. 전반 40분과 45분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비록 크로스바 위쪽을 살짝 넘기며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선제골 허용으로 우루과이에 넘어간 경기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넘어오게 하는 역할을 했다. 차범근 해설위원이 “차두리의 과감한 슈팅 좋았다”고 평했을 만큼 좋은 시도였다.
물론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전반 35분 공격 기회를 엿보기 위해 상대 진영 골라인 근처까지 뛰어갔지만 패스가 너무 길어 골라인 아웃됐다.
반면 오범석이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차두리 대신 오른쪽 수비수로 나왔으나 많은 실수를 범하는 등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아르헨티나의 빠르고 현란한 개인기에 밀려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고려해보면 허 감독의 우루과이 전 선택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차두리 카드'는 빛을 발했다.
한편 이번 승리로 8강행을 결정지은 우루과이는 오는 7월 3일 새벽 3시 30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미국-가나 전 승자와 4강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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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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