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황당한 견제사로 팀의 초반 기세가 꺾이며 창단 후 최다연패로 이어졌다는 점은 너무도 뼈아팠다. KIA 타이거즈가 결국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창단 후 첫 9연패에 빠졌다.
KIA는 27일 잠실 두산전서 2회 선취점에 성공했으나 1사 만루 추가점 기회를 놓치며 결국 3-6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KIA는 2001년 해태 인수를 통한 창단 후 첫 9연패 수렁에 빠졌다. 전신 해태 시절까지 포함하면 타이거즈 역사 상 최다연패 타이 기록의 불명예.(종전 2000년 5월 4일~14일, 8월 30일~9월 7일)

이 과정에서 2회 나온 이현곤의 2루 견제사는 살아나려는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다름없었다. 특히 만루 상황에서 나온 보기드문 2루 견제사였기에 경기 분위기는 더욱 이상하게 흐르고 말았다.
화를 이기지 못한 에이스 윤석민의 손가락 부상과 지난해 공동 다승왕(14승) 아킬리노 로페즈의 부진 속에 KIA는 좌완 양현종과 함께 가장 믿음직한 카드 중 한 명인 로만 콜론을 선발로 내세웠다. 지난 9일 광주 첫 대결서 6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둔 전력도 있었기에 팀 내 기대도 컸다.
출발은 좋았다. KIA는 상대 선발 임태훈의 제구 난조를 틈타 안치홍의 좌전안타와 나지완의 중전안타, 이현곤의 볼넷으로 1사 만루를 만든 뒤 이용규의 좌전 적시타로 1-0 리드에 성공했다. 다음 타석이 산전수전을 두루 겪은 베테랑 이종범이었고 상대 선발 임태훈의 몸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기에 여기서 적시타가 터졌다면 이는 단순한 추가점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보기 드문 상황이 나왔다. 작전에 의한 치고 달리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임태훈이 2루로 견제구를 던진 것. 오른손 투수라 3루에 있던 나지완이 멀리 떨어질 수 없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리드 폭이 넓었던 2루 주자 이현곤이 아웃 당한 것.
견제구를 잡은 손시헌은 이현곤을 태그아웃시키려 달렸다. 야수의 시선이 3루를 향하고 있어 나지완이 홈으로 향할 수 없었고 만루 상황이었던지라 1루에 있던 이용규 또한 쉽게 발을 뗄 수 없었다. 결국 어디로도 갈 수 없던 이현곤이 횡사하며 2사 1,3루로 상황이 바뀌었고 뒤이은 이종범의 유격수 땅볼로 허무하게 공수교대. 2회말 두산이 5점을 얻는 바람에 KIA가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 되고 말았다.
스퀴즈 번트 작전 실패로 인한 만루에서 3루 견제사는 가끔씩 찾아볼 수 있으나 2루 견제사는 보기드문 것이 사실. 결국 이현곤의 견제사는 연패 상황에서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뜻과 같다. 1승이 반드시 필요한 현 시점에서 더 크게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 버린 이현곤의 견제사는 KIA에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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