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CF의 단아한 이미지로 만인의 연인, 남성 팬들의 이상형이었던 박주미가 돌아왔다. 드라마 ‘여인천하’ 이후 8년만에 돌아온 작품은 영화 ‘파괴된 사나이’. 극중에서 박주미는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희망의 끈을 한시도 놓지 않는 엄마 역할을 맡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 앞에 섰다.
이전의 청초하고 단아한 이미지가 아닌 딸을 찾으면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모습으로, 초췌하고 헝클어진 외모에 딸을 향한 안타까운 모성 연기를 절절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그 딸을 잃어버린 상실의 고통을 그대로 전했다.
- 드라마 ‘여인천하’ 이후 8년만에 컴백이다. 부담스러웠던 부분은.

▲부담이 안됐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워낙 연기를 오랜만에 하고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까 연기하는 게 다를 거라고 생각을 해서 겁을 먹었다. 그런데 몸이 풀릴만하니까 끝났다. 감을 좀 찾고 나니 끝이 났다. 영화를 촬영하면서는 제가 순발력도 부족했던 것 같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8년 동안 작품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지냈는지.
▲밖에서 큰일을 한다는 게 별게 아니다. 일을 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소속사도 4년째 있었다. 작품도 계속 보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고 하루하루 바삐 살다 보니 8년이 됐다. 아이 열심히 키우고 학교 다니고 제 할 일 하면서 열심히 지냈다.

- 중견 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빨리 복귀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지.
▲그런 생각은 크게 안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빨리 선택을 해서 나왔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제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기다리자고 생각했다. 애기를 난 직후에는 아이를 잃는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 쪽에서는 아이한테 문제가 생기고 그런 게 싫었다. 또 드라마 같은 경우도 늘 싸우고 불륜이고 그래서 하고 싶지 않았다. 또 그렇다고 제가 코미디를 잘 할 자신도 없고 그래서 저한테 맞는 작품을 보다 보니 8년이 흘렀다.
- 항공사 CF 이후에 단아한 이미지의 대표 배우가 됐다. 실제 어떤지.
▲단아하고 그렇지는 않다. 다만 결혼하기 전에는 정말 내성적이었다. 아버지가 주시는 용돈도 부끄러워서 못 받았다. 엄마 치마 뒷자락에 숨어서 손을 내밀어서 받았다. 사회 생활 초반에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쑥스러워서 사람들한테 접근을 못 했는데 ‘차갑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데 결혼하고 살다 보니 바뀌는 것 같다. 두런두런 이야기도 잘 하고 둥글둥글 해 지는 것 같다. 이제는 내성적이기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잘 하면서 산다.
- 역할을 위해서 스타일을 많이 헝클어뜨렸던 것 같다. 또 딸을 잃어 찾아 다니는 모습, 피폐해져가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파마나 드라이를 잘 안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머릿결이 상하게 하려고 층도 내고 부스스하게 하려고 했다. 살도 많이 빼서 퀭해 보이고 싶었는데 화면에 통통하게 나와서 아쉬웠다. 화면에 보이는 초연함이나 그녀의 피폐함에서는 더 피폐해도 될 뻔 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연기는 쉬지 않고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드리브나 눈빛 등의 부분에서 다 묻어 나오는 것 같다.
- 실제 상상하지도 못할 끔찍한 일이지만 실제 8년 동안 자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렇게 찾아 나설 수 있을지.
▲실제로는 정말 상상하기 너무 끔찍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영화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실제 경우를 조사했었는데, 가슴에 묻고 사는 분들도 있는데 정말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분들도 있었다. 찾아 돌아다닌다고 해도 정말 남들이 아무도 관심을 안준다. 나라에서 지원도 없고 또 그런 사건이 일어나면 가족끼리 뭉쳐질 것 같지만 다 찢어지게 되고 가정 자체도 파괴된다.

- 엄마나 아내로서 집에서는 내조의 여왕인지.
▲정말 아니다. 부끄럽다. 아이한테는 신경을 쓰는 편이고 애기 아빠는 정말 잘 못하는 편이다. 제가 시부모님이랑 본가에 산다. 우리 어머니이 큰 살림을 거의 하시고 제가 아직은 다 살림을 맡아서 하지 않아서 어머님이 많이 끌어 주신다. 제가 음식을 잘 못하면 어머니는 항상 안에서 음식 하는 입장에서 맛있게 드셔주시는데 남편은 재료비 얼마 들었냐고 그 정도 돈이면 ‘밖에서 사먹자’고 하지 말라고 한다(웃음). 그래도 떡볶이 샌드위치 핫도그 잡채 샐러드는 잘 한다고 칭찬을 받는다. 화학 조미료 안하고 천연 조미료를 쓰려고 노력한다. 간은 좀 잘 보는 것 같다(웃음).
- 앞으로 연기자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인생은 계획한다고 철저히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내가 의도한 것보다 과대 포장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 동안 연기를 굉장히 열심히 하고 노력형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것에 비하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살다보니 한번 연예인이 되면 내가 자의든 타의든 간의 남들한테 평가받는 직업인 것 같다. 그런 연장에서 이제 ‘뭔가 하나 남겨야겠지’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작품적으로 뭔가 하나는 열심히 했다는 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또 아들만 둘이 있는데 그 동안 아이들한테 집중을 많이 해서 그 동안 ‘박주미’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졌었고 엄마로서의 나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도 커가고 그 동안 나도 너희들한테 열심히 했으니 이제 ‘나도 나 자신을 돌아보고 찾다가 올게’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욕심이 생겼고 그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작품으로 자주 찾아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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