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무모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저었다. 중계권도 없는 KBS의 예능 '남격'이 남아공 월드컵 특집을 한다고 했을 때.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이 덩치 큰 프로젝트 하나를 마쳤다. 올해 초 내놓은 신년 5대 기획 중 하나, '남자, 월드컵을 가다'는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27일 방송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3주 분량으로 막을 내린 이번 특집은 시작 전부터 우여곡절을 겪더니 방송 중에도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사실상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2010년 상반기를 모두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획으로 따진다면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던 '월드컵' 미션은 자격증, 밴드 등 여타 특집들은 물론 소소한 미션들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조용히 병행되고 있었다. '남격'은 월드컵 시작 전 이미 조추첨식, 출정식, 평가전 응원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고 중계권이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결국 남아공行을 택했다. 사실상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시청자와의 약속이자 제작진, 멤버들 간의 약속이기도 했던 '월드컵' 특집을 물리적 거리가 멀다고 해서, 경비가 많이 든다고 해서, 경기 화면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는 '남격' 태초부터 운명처럼 짊어지고 있던 당연한 과제이자 약속이었고, 의무(?)였다.

결과적으로 '남격'의 월드컵은 성공리에 끝났다. 방송 내용 중 일부 경기 장면을 사용한 것으로 인해 SBS와의 마찰이 있었지만 시청률은 승승장구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의 월드컵 예능 '태극기 휘날리며'를 이겼고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겁 없는 도전이 이뤄낸 결과였다.

제작진 및 멤버들은 편도 30시간에 가까운 비행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날았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각자의 분야에서 바쁜 일곱 멤버들이 주저 없이 남아공으로 떠났다 돌아왔다. '수장' 이경규는 체력 저하로 링거 투혼을 발휘해야 했고 제작진은 스마트폰으로 응원 장면을 찍어 국내로 전송하는 극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방송은 이어졌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게시판을 통해 '남격'의 투혼과 의지를 칭찬했다. 한 시청자는 '경기 화면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남자의 자격이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는 월드컵 특집이었다. 고생한 멤버들과 제작진에 박수를 보낸다'고 적었다.
결국 '남격'의 겁 없는 도전이 남긴 것은 시청자들과 프로그램 사이의 신뢰다. 방송 1주년을 넘어 이제 탄력을 받은 '남격'이 특유의 성실함과 열정으로 보여준 월드컵은 2010년,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다. 또 이들에게 4년 뒤 또 한 번, '남격'의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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