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사' 살인마 엄기준, 박해일+하정우 보인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0.06.28 17: 30

배우 엄기준이 '살인마'로 박해일과 하정우를 잇는 오싹함을 전달한다.
내달 1일 개봉을 앞둔 영화 '파괴된 사나이'(우민호 감독)에서 엄기준은 박해일, 하정우의 살인마 캐릭터 계보를 잇는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박해일과 하정우는 각각 영화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를 통해 관객의 뇌리에 깊이 박히는 살인마 연기를 보여줬고, 이로 인해 영화계에서도 입지를 굳히게 됐다.

박해일은 '살인의 추억'에서 고운 손과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살인마 같지 않은 살인마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선한 눈동자 속에 가끔씩 보는 이의 심장을 죄어오는 듯한 차가운 눈빛이 숨겨진 살인 본능을 내비치는 듯 했다. 하정우는 '추격자'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히 "죽였어요"라고 말하고, 조금의 주저없이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악마성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파괴된 사나이' 속 엄기준은 이 둘을 합쳐놓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어린 왕자처럼 순수한 얼굴이지만 뭔가 감추고 있는 사연이 많은 눈빛으로 취조를 받는 '살인의 추억' 속 박해일의 모습이 비치다가도, 장애물을 발견했을 때 일말의 주저함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흉포한 모습에서는 '추격자'의 하정우가 겹쳐진다.
극중 엄기준이 맡은 살인마 최병철은 확실한 직업과 삶의 목표도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오디오광. 단정하고 깨끗한 외모는 보는 이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는 욕망에서 삶에 대한 에너지가 가득하다. 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유괴도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적 면모가 내면에 꿈틀댄다.
이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를 한 엄기준은 장기인 좋은 목소리와 절제되고 차가운 눈빛을 잘 살려냈다. 그를 쫓는 '연기 본좌' 김명민에 조금도 눌리지 않은 에너지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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