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km 후반대의 강속구 투수에서 이제는 변화구 위주의 기교파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LG 트윈스의 베테랑 우완 투수 박명환(33)이 기교파 투수로 변신하고 있다. 박명환은 지난 23일 문학구장 SK 와이번스전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 팀의 10-3 승리에 기여했다. 박명환의 호투에 힘입어 LG는 지난 해부터 이어온 SK전 10연패 및 올 시즌 8전 전패의 굴욕에서 벗어났다.
이날 박명환은 전성기 때와는 사뭇 다른 투구로 SK 강타자들의 예봉을 꺾었다. 직구는 140km 안팎을 찍었지만 슬라이더, 컷패스트볼(일명 커터) 등 변화구로 완급조절투를 펼쳤다. 특히 신무기로 장착하고 있는 좌타자 상대용 커터가 예리하게 구사돼 눈길을 끌었다.

박명환은 예전에는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직구와 130km 후반대의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던 전형적인 강속구 투수였다. 2007년 어깨수술을 받고 지난 2년간 긴 재활을 거쳐 복귀한 올 시즌은 변화구 위주 투구로 패턴이 바뀌었다.
박명환으로선 생존을 위한 변신이었다. 직구 스피드가 이전처럼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다양한 변화구를 안정된 컨트롤로 구사,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박명환은 수년전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전국구 에이스’ 인 우완 손민한(35)을 ‘롤모델’로 삼고 싶어했다. 현재는 부상으로 재활중인 손민한은 지난 시즌까지 직구 스피드는 130km대에 불과하지만 안정된 변화구 컨트롤과 게임운영능력으로 타자들을 쉽게 요리했다. 이런 손민한의 투구를 보고 박명환은 “민한형의 투구를 배우고 싶다”며 ‘따라하기’에 나섰다.
23일 경기서 승리 투수가 돼 시즌 4승은 물론 2005년 4월 30일 이후 무려 5년 2개월여만에 문학구장에서 승리를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박명환은 “현재 80% 정도 기교파 투수가 됐다고 본다. 커터는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계속 가다듬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빠른 공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구속을 되찾고 민한형처럼 경기운영능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속구 투수에서 기교파 투수로 거듭나고 있는 박명환이 앞으로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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