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SBS의 주말 간판 예능으로 군림했던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가 제대로 된 엔딩도 없이 어리바리한(?) 결말을 맞을 예정이다. 영 씁쓸한 종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8년 6월, 첫 방송을 시작한 '패떴'은 유재석 이효리 등을 필두로 한때 전성기를 누리다 올해 초 개편을 맞아 시즌 2로 갈아타면서 시청률 부진에 시달렸다. 물론 시즌 1 말미에도 시청률 성적은 초라했지만 그래도 SBS의 주말 간판 예능이란 점에서 존재감은 강했다. 그랬던 '패떴'이 정식적인 마지막 녹화도 없이 찍어 놓은 기존 녹화분을 적당히 버무린 최종회로 결국 폐지를 맞을 전망이다.
예의가 없어도 보통 없는 게 아니다. 방송사 입장에서야 시청률 안 나오는 프로그램이 그다지 곱지만은 않겠지만 '감탄고토'라고 해도 이건 좀 심하다. 핫 스타들을 모셔 놓고 매주 출연료만으로도 거액을 쏟아 붓던 '패떴'이 이렇게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도, 출연자에 대한 배려도 없이 밍근한 종영을 결정한 것은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다. '패떴'을 꾸준히 지켜봤던 시청자들과 '패떴'을 위해 열심히 분투했던 멤버들의 정성이 빛 바래는 처사다.

28일 공식 발표된 SBS 예능 개편안에 따르면 '패떴'은 오는 7월 11일 방송을 끝으로 후속 프로그램에 자리를 물려주고 나가게 됐다. 그럼 앞으로 남은 방송은 겨우 2회분. 그러나 아직까지 출연진 쪽에 특별한 마지막 녹화 스케줄은 전달된 바 없다. 시즌1 종영 당시 멤버들이 눈물의 마지막 여행을 하고 별도의 시상식까지 마련하며 떠들썩한 작별을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패떴'은 이제껏 MBC의 '무한도전', KBS의 '1박2일'과 더불어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 축으로 여겨졌다. 가장 후발주자란 점에서 많은 비교를 당하고 '아류'란 비난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SBS의 간판 리얼 버라이어티로 자리 잡았고 한 때는 동시간대 경쟁 상대 KBS '해피선데이'를 위협할 만큼 안방의 인기도 끌어 모았다.
때문에 현재의 시청률 성적이 어떠하든 간에 명예롭고 의미 있는 퇴장이 더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그저 지난 장면들을 죽 펼쳐두고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했다'는 자막 정도로만 끝내기엔 낯뜨겁지 않을까. 그래도 한때 방송사의 '얼굴'이었다는 프로그램이 말이다.
수많은 고정 멤버와 게스트들이 지나간 자리, 눈물과 웃음이 교차했던 그 수많은 여행의 기억들이 '개편'의 철퇴를 맞아 쫓기듯 사라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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