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종영 '국가', 안방에 선사한 다섯 가지 '발견'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06.29 17: 11

<국가가 부른다>. 제목만 보고는 한 편의 첩보물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알맹이를 보면 탄산음료보다 톡톡 쏘고 머쉬멜로우보다 말랑말랑하며 캐러멜보다 달콤하다. 제목과 드라마의 상관관계조차 반전으로 이끌며 시작한 KBS 월화드라마 <국가가 부른다>(극본 최이랑, 이진매. 연출 김정규)가 오늘(29일) 드디어 대망의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반전의 반전과 더불어 국가가 불러들인 ‘다섯 가지 발견’을 남긴 채.
1. ‘로맨틱 코믹 한국형 첩보 액션’이라는 新 장르의 발견
<국가가 부른다>는 초반부터 ‘코믹 버전 아이리스’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국가가 부른다>는 이 수식어처럼 자칫 어둡고 무거울 수도 있는 정보국, 마약 밀매 사건 등 말로만 들어도 스케일 큰 ‘국가의 일’을 심각하지 않게 풀어냈다.

그렇다고 또 코믹에만 치중한 드라마도 아니었다. <국가가 부른다>는 국가가 부르는 사건에 임할 때는 진지하고 긴장감 넘치게, 국가가 아닌 개인적인 상황들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유쾌하고 쾌활하게 풀어나가 진지함과 유머를 둘 다 쥐고 강약 조절을 하며 시청자들의 심리를 쥐락펴락했다. 진지한 액션 첩보물이었다가 긴장을 탁 풀어주는 한 순간의 유머, 그것이 <국가가 부른다>를 설명하는 ‘로맨틱 코믹 한국형 첩보 액션’이라는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2. 4인 4색 ‘캐릭터의 힘’ 발견
드라마 속에서는 아무래도 인물이 중요하다. 다양한 사건들과 스토리의 줄기들이 있다 하더라도 인물들이 그것에 행동하고 반응하며 드라마를 끌고 나가는 것은 결국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부른다>는 많은 사건들보다 캐릭터들의 다양한 반응과 그에 따른 상황 반전 등을 위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16회까지 줄거리의 큰 줄기를 이어주고 있는 <국가가 부른다> 속 큰 사건은 ‘마약 밀매 사건’ 즉, 한도훈(류진 분)을 잡기 위한 큰 사건이 하나 있을 뿐이다. 이 단일 사건을 가지고 16회 분량 동안 지루하지 않고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고진혁(김상경 분), 오하나(이수경 분), 한도훈, 최은서(호란 분) 등의 각기 다른 색깔의 캐릭터들 때문이었다.
<국가가 부른다>는 ‘캐릭터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이 4인 4색 개성 넘치는 매력들을 뽐내며 드라마 속에서 어우러져 상대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장면 장면마다 다른 반응과 그 반응에 의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끌어냈기에 가능한 수식어였다. 이 드라마로서 ‘캐릭터의 힘’이 정말 드라마 속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또 발견하게 해준 셈이 됐다.
3. 비열한 권모술수 없는 유쾌한 4각 관계, 정정당당 솔직한 ‘참 된 러브라인’의 발견
어느 드라마에서나 러브 라인을 이루려면 악역을 맡은 얄미운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야 주인공들의 러브라인 발전에 갈등이 있고 그 갈등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러브 라인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전전긍긍하며 보는 ‘쫄깃한’ 맛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가 부른다>는 악역 없이, 비열한 권모술수 없이 정정당당하고 솔직하게 4각 관계를 풀어내면서도 그 특유의 유쾌한 ‘쫄깃한’ 맛을 살렸다. 고진혁의 옛 애인이자 3년 만에 비밀을 안고 돌아온 최은서가 4각 관계를 복잡하게 비틀어낼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 악역이 될 만도 했는데 <국가가 부른다>에서는 오히려 돌아가고 싶은 고진혁의 품을 그리워하는 안타까운 인물로 그리면서 악역의 자리를 공석으로 내줬다.
그런데도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쫄깃한 맛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은 네 명의 인물들의 순수함과 그들의 귀여운 질투심 덕분이었다. 특히 ‘백치미 커플’이라 불리는 한도훈과 오하나 사이의 러브 스토리에서는 착각과 오해로 시작된 ‘비밀’과 그 오해된 마음과 함께 위장된 비서라는 사실을 들킬 위험 때문에 생기는 ‘긴장감’,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로도 하나를 원망하거나 복수한다거나 하는 ‘막장’ 없이 꿋꿋하게 사랑을 지속됐던 그 ‘순수함’이 빛을 발했다.
4. 어른이 되어도 필요한 ‘성장’, 어른들을 위한 유쾌한 ‘성장 드라마’의 발견
<국가가 부른다>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성장 드라마가 아닌 어른들의 성장 드라마였다. 나이가 들어도, 이제 청춘이라는 단어도 쓰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 하더라도 늘 ‘성장’은 필요한 것임을 보여줬던 ‘어른들을 위한 성장 드라마. 그것은 모두 2% 부족한 인물들에서 비롯됐다.
<국가가 부른다>에서 나온 인물들은 모두 완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빈틈 많아 성장할 부분이 남아 있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들이었다. 오하나는 대놓고 성장이 많이 필요한 인물로 나왔지만 집안 빵빵, 엘리트 코스를 밟아 커 온 고진혁도, 정보국 여신이라고 불리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노력하고 욕심 많은 부족함 없어 보이는 여성 최은서도, 배경 등 외적인 모습들만 보면 완벽 그 자체인 한도훈도 포장지를 벗겨 보면 다들 “나 성장이 필요해요” 하고 겁먹은 채 움츠러든 성장 요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성장판을 뚫고 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5.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진짜 배우’들의 재발견
<국가가 부른다>를 살린 일등 공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배우들의 빵빵한 연기력이었다. 특히 이 드라마를 통해 “이 배우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라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들이 있어 그 즐거움을 더했다.
근엄한‘세종대왕’에서 진지해서 더 웃겼던 고진혁을 연기한 김상경, 전작 <천만번 사랑해>에서 눈물을 쏟다가 <국가가 부른다>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쾌활하게 웃어넘겼던 이수경, 이 드라마로 첫 연기에 도전해 배우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호란까지 시청자들은 모두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며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국가가 부른다> 속 최대의 반전은 배우 류진의 이미지 변신이었는데, 반듯하고 귀티 나는 ‘미남 배우’에서 온몸을 바쳐 웃기는 ‘코믹 배우’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줘 모든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류진은‘허당’ 캐릭터 한도훈 역으로 백치미 넘치고 허술한 ‘겉만 완벽남’을 열연했는데, 그것이 그동안 류진이 쌓아왔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것이라 시청자들은 류진의 처음 보는 새로운 매력에 ‘류진의 재발견’이라며 환호하기도 했다.  
한편 <국가가 부른다> 최종회는 오늘 밤 9시 5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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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와이트리 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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