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파라과이, 축구팬도 질리는 질식축구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06.30 01: 46

*'실리축구의 맞대결?...축구팬도 질리게 만드는 질식축구였다'.
30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로프터스 퍼스펠트 스타디움에서 끝난 일본과 파라과이의 맞대결(0-0, 3-5 파라과이 승)이 축구팬들의 실망 속에 끝났다.
이날 양 팀의 맞대결은 큰 기대를 모았다. 실리축구를 표방하는 양 팀이 수준 높은 수비축구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혼다 게이스케(24, CSKA 모스크바)의 왼발은 양 팀의 대결이 일방적인 수비축구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이끌어냈다.

그러나 기대감은 경기 시작과 함께 사라졌다. 전반 20분 루카스 바리오스(26, 도르트문트)가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놓친 것과 전반 21분 마쓰이 다이스케(29, 그르노블)의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린 것 외에는 마땅한 득점 장면도 연출하지 못한 채 전후반 90분을 마감한 것.
일본과 파라과이는 교체 카드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후반 들어 일본의 공세가 조금 더 강해졌을 뿐이었다. 오히려 양 팀의 치열한 다툼은 선수들의 거친 축구와 부상을 이끌어냈다. 경기를 관전하는 팬들도 질식시키는 질식축구였고 경기장을 지배한 것은 부부젤라의 소음이었다.
양 팀의 경기를 중계한 SBS의 차범근(57) 해설위원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 전반전부터 "경기가 재미있어야 해설하는 사람도 맛이 나는데요"라고 답답함을 호소하던 차범근 해설위원은 후반전도 막바지에 달하자 "16강전에서 지금처럼 지루한 경기는 없었습니다. 전부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가 아니었습니까?"라고 실망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차범근 해설위원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양 팀의 경기는 연장전에서도 결정되지 못했다. 연장 후반 11분 일본의 공세가 아쉬웠다. 프랑크 데 블릭케레(44, 벨기에) 주심은 시간이 다 지나가지 않았음에도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결국 양 팀의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선수들도 잔인하다고 기피하는 승부차기. 이번 대회의 첫 승부차기였다.
슈팅의 정확성과 골키퍼의 침착성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승부차기의 승자는 파라과이였다. 일본은 첫 승부차기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세 번째 킥커인 고마노 유이치(29, 주빌로 이와타)가 크로스바를 때렸다. 반면 파라과이는 마지막 킥커인 오스카르 카르도소(27, 벤피카)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첫 8강 진출이라는 과실을 얻었다. 그러나 축구팬들이 외면과 바꾼 결과였기에 아쉬운 8강이었다.
한편 지난 대회의 첫 승부차기는 우크라이나와 스위스의 16강전이었다. 이 경기 역시 2006 독일 월드컵 최고로 재미없는 경기라는 평가를 들은 만큼 0-0 무승부로 끝났고 승부차기에서는 우크라이나가 3-0으로 승리했다. 한국의 첫 승부차기는 역시 2002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 8강전(0-0, 5-3 한국 승). 한국은 홍명보(41)가 마지막 킥커로 나서 환한 미소와 함께 4강 진출을 자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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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송석인 객원기자 so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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