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영훈의 맹타 비결 "스윙 궤도 교정과 할 수 있다는 믿음"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0.06.30 07: 40

시계를 5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4, 요미우리)의 일본 무대 진출 속에 좌타 거포에 목마른 삼성 라이온즈는 새내기 좌타자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이승엽의 계보를 이을 재목이라는 평가 속에 '포스트 이승엽'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그러나 기대보다 실망이 컸다. 맥없이 물러나는 경우가 늘어났고 팬들의 질타도 적지 않았다. 2년간 타율 2할3푼(339타수 78안타) 3홈런 37타점 31득점 10도루로 프로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한 뒤 경찰청 입대를 선택했다.
2군 무대에서 꾸준한 기회를 얻으며 기량 향상 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커졌다. 삼성 내야수 조영훈(28)이 '만년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떼내고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 중이다. 29일까지 타율 3할2푼7리(55타수 18안타) 4홈런 8타점 8득점 4도루.

3,4월 대타로 활약하며 타율 6푼7리(15타수 1안타) 1득점 2도루에 그쳤지만 이달 들어 13경기를 통해 타율 4할2푼5리(40타수 17안타) 4홈런 8타점 7득점 2도루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6월 성적만 놓고 본다면 팀내 타자 가운데 가장 돋보인다.
그는 뛰어난 신체 조건(185cm 88kg)에서 뿜어나오는 장타력이 일품. 그러나 변화구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2군 북부리그를 평정했지만 1군 무대 활약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영훈은 장효조 2군 수석 코치와 김종훈 잔류군 코치의 도움 속에 스윙 궤도를 바꾸는데 주력했다. 그는 "쉽게 표현하자면 그동안 내리찍는 편이었지만 방망이를 최대한 몸에 붙여 중견수 방향으로 밀어친다는 느낌으로 휘두른 덕분에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장 수석 코치님께서 타격할때 고개가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스윙 궤도를 바꾼 뒤 타이밍잡는게 훨씬 쉽고 노리는 구질 또는 코스가 들어오면 정확히 맞출 수 있게 됐다"고 선한 미소를 지었다.
 
2년간의 경찰청 복무와 신앙 속에 조영훈은 더욱 강해졌다. 그는 "입대 전 비난 댓글을 보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상처받고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고 여유있는 모습을 드러냈다.
조영훈의 가족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 그의 가족들은 신앙 활동 뿐만 아니라 소외계층 봉사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할 만큼 믿음이 강하다. 조영훈은 "제대 직전 어머니께서 '믿음으로 승리하라'는 말씀을 하시며 어떠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쉽게 포기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였던 예전 모습과 달리 2군으로 강등되더라도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믿음 속에 더욱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장 코치 또한 "넌 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힘을 불어 넣었다.
조영훈은 "그동안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고 뭔가 풀어간다는 느낌이 든다"고 환히 웃었다.
그는 '기대주'라는 표현에 대해 "기대주는 젊고 가능성있는 선수를 두고 하는 말 아니냐"며 "그만큼 주목을 받았고 기회를 얻었는데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뭔가 보여주고 싶다. 조영훈 그러면 믿음이 가는 선수가 되는게 소박한 꿈"이라고 밝혔다.
그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할 수 있다는 믿음 속에 조영훈이라는 이름 석 자를 널리 떨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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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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