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29일 대구 롯데전에 앞서 배영수(29, 삼성)와 정대현(32, SK)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선 감독은 2000년부터 3년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으로 활동하며 각 구단을 돌며 순회코치 역할을 맡았다. 삼성의 요청을 받고 2002년 하와이 마무리 캠프를 찾은 선 감독은 배영수의 투구에 매료됐다. 선 감독은 2001년 계약금 5억3000만원을 받고 사자 군단에 입성한 우완 신예 이정호의 조련을 부탁받았다. 하지만 선 감독은 배영수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다.
15일간 사자 마운드 조련에 나섰던 선 감독은 하와이 캠프를 떠나기 전 자신이 입었던 체육복과 스파이크를 배영수에게 건넸다. 그리고 격려의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넌 무조건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둘 수 있다". 2003년 이정호는 1승을 따내는데 그쳤다. 반면 배영수는 그해 13승을 거둔 뒤 2004년 다승왕(17승)에 오른 뒤 정규 시즌 MVP와 투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동시 석권하며 국내 최고의 우완 투수로 성장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대현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당시 대표팀의 유일한 대학생(경희대)이었던 정대현은 미국과의 예선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뽐낸 뒤 4강전에서 6⅓이닝 2실점으로 잠재웠다.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전력분석요원으로 활동했던 선 감독은 당시 동국대 사령탑이었던 한대화 한화 감독을 만나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다. 그는 직구 스피드는 130km 안팎에 불과했지만 컨트롤과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난 정대현을 눈여겨봤다.
선 감독은 정대현에 대해 "미국이나 중남미와 맞붙으면 통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상국 KBO 사무총장과 함께 대표팀 선발 회의에 참석한 선 감독은 "정대현이 아주 괜찮다"는 말을 꺼냈다. "박석진(당시 롯데)보다 뛰어나냐"는 관계자의 물음에 선 감독은 잠시 망설였다. 일본 무대에서 뛰며 박석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선 감독은 "그건 모르겠지만 미국전에서 틀림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획득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은 정대현은 이듬해 SK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당시 SK 전훈 캠프에서 정대현을 만난 선 감독은 "너 계약금 10%는 내게 줘야 한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선 감독은 "정대현은 직구 스피드는 빠르지 않지만 투구폼이 유연하고 아주 좋은 투수"라고 추켜 세웠다.
3년간의 순회 코치 역할을 통해 될성부른 떡잎을 다수 발견하기도 했지만 부담감도 감출 수 없었다. 선 감독은 "구단마다 담당 코치가 있으니 조심스러웠다"며 "사람마다 체격 조건 등 각기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폼을 강조하는 것보다 가장 편안한 투구 자세가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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