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은 물론이거니와 2군 트레이너 또한 내 몸 관리에 큰 도움을 주었다.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정 많은 이방인은 자신이 어려웠던 시기에 보듬어 준 이들을 잊지 않았다. 두 달전만 하더라도 퇴출이 확실시 되어 보였던 좌완 레스 왈론드(34.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왈론드는 지난 29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91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1개) 2실점으로 호투하며 자신의 3연패를 끊고 시즌 5승(3패, 30일 현재)째를 거뒀다. 그와 함께 4.39의 평균 자책점을 4.25로 다소 낮췄다. 자신의 시즌 다섯번째 퀄리티스타트로 최고구속 또한 146km까지 끌어올렸다. 점차 지난해 요코하마 시절의 구위까지 찾고 있는 중.
경기 후 왈론드는 "컨디션과 몸 상태가 좋았다"라며 "특별히 1군 트레이너와 2군 트레이너까지 내 몸 관리를 도와주는 데 항상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전재춘, 박동일, 홍성대 트레이너는 물론 2군에서도 자신을 보살펴 준 강흠덕 트레이너(육성팀 부장)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 것.
사실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왈론드는 팀 내 '미운오리'와도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왈론드는 지난해 8월 입은 팔꿈치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 시범경기에서 견제 동작 중 생긴 왼 팔뚝 통증 등으로 인해 4월 한 달간 2경기 평균 자책점 9.45에 그치며 김경문 감독의 믿음을 저버리고 말았기 때문.
여기에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마저 이 시기에 결별을 통보하며 '순둥이' 왈론드의 가슴에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4월 22일자로 2군에 내려간 왈론드는 2군 합류 초반 그저 조용히 러닝에 열중했다는 후문.
2군에서 자신감을 되찾으며 3경기 1승 1패 평균 자책점 1.59의 성적을 기록한 뒤 마지막 기회로 5월 8일 1군에 등록되었던 왈론드는 이후 호투를 펼치며 급기야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며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지금의 보직을 지키고 있는 데는 1군만이 아닌 2군 트레이너의 힘도 컸다는 것이 왈론드의 이야기였다.
실제로 트레이너들은 재활 선수들에게 '믿는 구석'과 같다.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트레이너직을 역임했던 강 트레이너는 부상 부위 재활에도 힘을 기울이는 동시에 베어스 필드(두산 2군 훈련장) 근처 원적산에 함께 오르며 대화를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많았다. 왈론드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찾으며 조금 더 자신있게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두산 만이 아니라 타 구단 1,2군 트레이너들도 모두 부상 선수들의 회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쏟는다. 부상으로 인해 커다란 좌절의 벽에 부딪힌 재활군 선수들에게 트레이너들은 심신 양면에서 더없이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와도 같다.
자신의 투구를 자평하는 동시에 숨은 곳에서 자신을 지켜준 은인을 잊지 않은 왈론드의 이야기.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진 고마운 이들을 기억한 왈론드의 착한 심성과 숨은 공로자들의 노력을 알 수 있던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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