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저항하라'.
30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스페인 1-0 승)을 끝으로 8강 대진이 확정됐다.
이번 월드컵의 이슈는 역시 남미의 초강세. 5개국이 출전해 모두 16강에 진출하면서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남미는 8강에 4개국이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흥미로운 것은 8강 대진표가 남미 대 비 남미의 구도로 완성됐다는 것. 세계 축구를 호령하던 유럽 축구가 남미 축구에 주도권을 내준 채 저항하는 모양새다.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에 배정된 본선 티켓이 13장, 남미가 4.5장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유럽의 체면은 구겨질 데로 구겨졌다. 유럽 축구에 월드컵 우승이라는 목표 외에도 '남미에 저항하라'는 과제가 주어진 이유다.
▲ 남미의 초강세는 왜?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남미의 초강세는 예상치 못하던 일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첫 대회인 만큼 코트디부아르와 카메룬 등 아프리카의 상승세가 조심스럽게 점쳐질 따름이었다. 남아공과 멕시코의 개막전까지만 해도 이런 예상은 적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조별리그가 진행되면서 예상은 정반대였다. 아프리카는 약세를 보였고 남미가 초강세를 보였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차치하더라도 파라과이와 우루과이 그리고 칠레까지 당당히 16강에 진출한 것은 의외였다. 이들의 선전은 16강전에서도 여전해 칠레 외에 모두 8강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남아공이 남반부에 위치해 여름과 겨울이 바뀌지 않은 남미 선수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이 대표적인 인물. 차범근 해설위원은 "아무래도 위도 문제가 없는 남미 선수들이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아공의 또 다른 관문이라고 할 수 있었던 고도 문제도 역시 같은 문제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골칫덩이인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와 충분히 실전을 치렀다는 분석이다. 남미에서는 해발고도 4000m 고원에서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적이 많았다. FIFA가 최대 3000 이상의 고지대에서는 경기를 치르지 못하도록 규정했을 정도다.
▲ 8강전서도 남미 초강세 이어질까?
그러나 남미의 초강세가 8강전에서도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전지훈련을 포함해 한 달 이상을 남아공에서 보낸 유럽세가 제 기량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독일의 상승세는 남미에 뒤지지 않는다. 스페인은 다비드 비야(29, 바르셀로나)라는 걸출한 골잡이가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고 네덜란드는 아르옌 로벤(26, 바이에른 뮌헨), 독일은 메수트 외질(22, 베르더 브레멘)이 버티고 있다.
남미의 유리한 장점 중 하나였던 고도 문제도 8강전을 치르는 경기장 절반이 해수면과 같은 상황이기에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이다. 네덜란드와 브라질이 격돌하는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과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만나는 그린 포인트 스타디움이 그 무대다. 진정한 유럽과 남미의 강호가 똑같은 조건에서 격돌한다는 뜻이다.
우루과이와 파라과이의 전력이 8강 이상을 노리기에는 역부족인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월드컵 초대 우승국인 우루과이가 8강 이상에 진출한 것은 40년 만이다. 파라과이의 8강 진출은 7전 8기의 기적이기도 하다. 가나 역시 불안정한 전력은 마찬가지이지만 스페인의 건재함을 고려하면 남미의 강세는 일정 부분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8강 대진표
우루과이 vs 가나(7월 3일 3시 30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
네덜란드 vs 브라질(7월 2일 23시,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
독일 vs 아르헨티나(7월 3일 23시, 케이프타운 그린 포인트 스타디움)
파라과이 vs 스페인(7월 4일 3시 30분, 요하네스버그 엘리스 파크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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