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만에 4위에 복귀한 LG 트윈스 박종훈 감독이 흐릿한 하늘을 보며 "비가 오려나. 오늘 비 온다고 그랬나"라고 기자들에게 물은 뒤 "비가 왔으면 좋겠다"라고 작은 바람을 솔직히 내비쳤다.
박 감독은 29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 경기 시작 3시간여를 앞두고 1루측 덕아웃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가 좀 내려서 경기가 순연되면 우리에게 도움이 될 듯 싶다. 너무 오래되는 것은 안되고 두 경기 정도 쉬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우리 팀 타자들 타격 컨디션은 많이 올라온 상태다. 그러나 중간계투 투수들이 많이 지쳐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LG는 올 시즌 매 경기 팽팽한 접전 또는 타격전을 벌였다. 선발투수들이 일찍 무너졌다는 점도 있지만 야수들의 수비 또한 뒷받침 되지 않았다. 여기에 고창성, 정재훈(이상 두산 베어스), 정우람(SK 와이번스)과 같이 '믿을맨' 역할을 해줄 투수 또한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상대타자 성향에 따라 좌,우, 사이드암 투수들이 연속해서 마운드에 올랐다.
박 감독은 "나름대로 관리를 한다고 했지만 무리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실제로 30일까지 74경기를 치른 현재 좌완 오상민은 46경기, 이상열도 45경기, 그리고 사이드암 김기표도 41경기에 등판해 최다등판 1∼3위를 독차지했다. 우완 김광수와 이동현도 각각 39경기, 36경기에 등판했다. 마무리 오카모토 신야도 28경기에 출격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특히 오카모토도 등판을 많이 했다. 시즌 전 기회 있을 때마다 네가 마무리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접전 상황이 많다 보니 자주 등판했다. 8회 2사에도 등판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오카모토는 이달 초 팔꿈치 근육이 뭉쳐 며칠 동안 휴식을 주기도 했다.
하늘도 박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일까. 갑자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박 감독은 직접 덕아웃을 나와 하늘을 쳐다보며 오른 팔을 내밀어 빗방울의 굵기를 확인했다. 그러나 빗방울은 금새 그치며 한두 방울씩만 떨어지며 경기는 정상적으로 열렸다.
덕분에 LG는 넥센을 물리치고 공동4위로 뛰어 올랐고, 박 감독은 경기 후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박 감독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내일 비가 왔으면 하는 표정이었다.
30일 오전 현재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나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오후에는 비가 그치고 구름만 많을 것, 강수 확률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박 감독의 바람대로 남은 넥센과 홈 2경기가 순연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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