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지난달 29일 잠실 넥센전을 승리하자 56일만에 4위로 뛰어 올랐다. 그러자 LG 박종훈(51) 감독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선전에 앞서 '4강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느라 바빴다.
구단 관계자, 기자들, 방송 캐스터, 심지어 상대팀 고참 선수들 중에도 몇몇 있었다. 상대가 건넨 인사이기에 박 감독은 가벼운 웃음을 지었지만 "4강 싸움은 지금 현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한결같은 대답을 했다.
박 감독은 "시즌 초에는 못 느꼈는데 벌써 절반이상 경기를 치렀다.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다"고 말하며 앞으로 있을 '4강 싸움'에 대해서 요목조목 짚어가며 조리있게 설명했다.

▲4강 싸움에 대한 박종훈 감독의 예상
박 감독은 "현재 상황에서 4위 싸움은 큰 의미가 없다. 지금부터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사용해서 풀어 나갈 것인지가 고민"이라며 "4강 싸움을 하는데 있어서 우리 팀은 투수력에서 결론이 날 것 같다. 마운드에서 투수들이 얼마만큼 버텨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이 본 현재 LG의 마운드
그는 "일단 마운드에서 중간 계투진이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오상민, 이상열은 45경기 이상 등판했다. 김기표, 김광수, 이동현도 많이 던졌다. 선발투수가 약했다는 점, 확실한 '믿을맨'이 없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에게 성향에 따라서 투수를 교체해야 했다. 물론 이들이 등판 때마다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았지만 자주 출전했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은 상태"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박 감독이 본 현재 LG의 타자들
박 감독은 "빅5를 비롯한 타자들의 타격 페이스가 많이 올라왔다. 조인성과 정성훈도 잘 쳐주고 있다. 타자들의 페이스는 지난달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1회초5점 뽑고 곧바로 5실점 했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내며 승리했다"며 "선수들 사이에서도 해보자는 의지가 커졌다는 증거"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박 감독이 보는 승부처는?
그는 "딱히 언제라고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 팀의 상황을 볼 때 중간 계투진이 얼마만큼 버텨주느냐가 우리에게는 승부처가 될 것이다. 오상민, 이상열, 김기표, 김광수, 이동현 등 구원투수들이 지금까지는 잘 해줬지만 리스크도 많았다. 앞으로 어떻게 부하를 줄여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 뒤 "원래는 지금쯤 1군에서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정찬헌이 며칠 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올 시즌은 힘들게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5선발 요원을 구원투수로 전환?
박 감독은 "순위 싸움이 치열해 질 경우 퓨처스(2군)에서 선발로 뛰고 있는 이범준, 심수창, 한희를 중간 계투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범준의 경우 제구가 조금은 흔들리긴 하지만 빠른 볼을 지녔고 지난해 구원투수로 경험도 있다. 하지만 현재 5선발인 서승화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나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서승화가 선발로서 불안할 경우 누군가가 5선발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현재 이범준을 중간계투로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현재 우리 팀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볼 때 아직은 다른 팀들과 4강 싸움을 유지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 뒤 "그나마 현재 중간 계투들이 힘들다는 말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잘 해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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