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이렇게 터질 줄은 몰랐다'
예상을 넘어, 혹은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있다. 영화 역사상 무수한 이런 '의외의 영화'가 탄생했지만, 최근 한국영화의 사례로만 본다면 '추격자', '과속스캔들', '해운대', '방자전'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독립영화 '워낭소리'와 '똥파리'의 반란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이 영화들은 추측과 예상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했다.
지난 2008년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하정우, 김윤석 주연 '추격자'는 한국 스릴러 영화의 트렌드를 만든 영화로 손꼽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나리오 자체는 짜임새가 탄탄하고 섬세했지만, 과연 상업성이 있을까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남자 둘이 쫓고 쫓기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어두운 영화가 얼만큼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것이다. 나홍진 감독도 당시에는 단편영화 몇 편을 만든 신예였다.

2008년 12월 개봉한 '과속스캔들'은 830만여명의 관객을 모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시나리오가 재미있기는 했지만, 소위 '대박용'은 아니었다. 차태현을 제외한 박보영이나 왕석현은 신인이었다. 잘 나가는 싱글남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딸과 손자가 진정한 가족이 돼 가는 과정을 다룬 내용은 재미는 있지만, 새롭지는 않았다. 얼핏 보면 극장용 영화가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500만명을 뛰어넘고 800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뻔하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내용 흐름과 무겁지 않은 감동이 남녀노소에게 어필했고, 당시 연인들이 볼 영화가 없었던 개봉 시기도 좋았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깜찍하면서도 어른스러운 왕석현이란 아역스타의 탄생은 호기심을 더했다.
지난 해 여름 1000만 신화를 다시한 번 이뤄낸 '해운대'는 한국 최초의 해양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란 타이틀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다.
한국 최초의 새로운 프로젝트였기에 화제를 모으기는 충분했지만, 제작 기간 동안 워낙 소문이 안 좋았다. 시나리오 자체에서도 완성도가 부족하고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참신한 스토리가 없지 않나, 란 반응도 있었다. 특히 CG가 엉망이란 소리, 'CG가 재앙'이란 말이 넘쳐 흘렀다. 실제로 덩치만 크고 속은 부실한 할리우드 영화들을 많이 봐왔기에, 그런 어설픈 재난영화가 추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운대'는 시나리오 보다 영화가 훨씬 재미있고 감동스럽게 탄생했고,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국형 재난영화로 탄생했다. 결국 40대 이상의 중장년이 움직여 문화현상으로 이어졌다. 당시 유난히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들이 맥을 못춘 운도 있었고, 영화에 대한 열정이 강한 부산이 배경이란 것도 흥행에 한 몫했다.
270만 관객을 동원한 '방자전'은 고전 '춘향전'을 비틀고 이몽룡이 아닌 방자의 시각에서 풀어낸 작품으로 시나리에서 호불호가 나뉘는 작품이었다.
참신하고 재미는 있는데 너무 야하지 않냐, 란 반응도 더러 있었고, 높은 수위에 배우들이 꺼려 캐스팅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19금 사극이 인기있기는 했지만, 고전을 새롭게 비튼 영화가 얼만큼 현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도 반신반의였다. 하지만 '방자전'은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하녀'를 넘고 300만 관객 동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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